이슬람인들로 의심되는 테러범들이 지난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02명을 숨지게 한 연쇄폭탄테러를 일으켰을 때 전세계의 많은 신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을 실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테러전문가들은 알-카에다의 이름으로 공격을 자행하는 주변의 많은 조직들을 모두 빈 라덴 혼자서 지휘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럽에 대한 테러위협은 빈 라덴과 그의 직계 수하들에 의한 것 뿐 아니라 그의 생각을 알고 있고 그를 모방하는 광범위한 이슬람 조직들에 의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경찰은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통근열차 연쇄폭탄테러 사건과 관련, 14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주요 혐의자는 1993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자들로 구성된 '모로코 이슬람 전사단'(GICM)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모로코인들이다. 알-카에다는 열차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치 않다. 스페인에는 GICM과 같은 자생적 테러조직이 10여개나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제리와 이집트, 시리아, 파키스탄 등에 본거지를 둔 이들 조직은 알-카에다를 추종하고는 있지만 때때로 독자적으로 행동한다고 한 경찰 전문가는 지적했다. 스페인은 북아프리카와 경계를 이루는 지정학상 특징때문에 오랫동안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중심지로 알려져 왔다. 2001년 미국 9.11 여객기 자폭테러를 단독으로 감행한 모하메드 아타는 자살공격 계획을 확정짓기 위해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수십 명의 이슬람 테러 혐의자들이 스페인에서 체포됐다. 스페인에서 활동중인 이슬람 테러범의 상당수는 아프가니스탄과 다른 나라의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빈 라덴을 개인적으로 모르거나 그의 조직과 직접적인 연관도 갖고 있지 않다. 이들 테러조직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활동중인 유사 조직과 자주 접촉하며 재정적으로 돕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마드리드 폭탄테러의 주요 용의자인 자말 주감(30)은 스페인에서 자랐지만 휴가철에는 지브롤터 해협 건너 모로코의 항구도시 탕헤르에서 보냈다. 그는 모로코에서 폭력을 선동한 혐의로 3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선동가 모하메드 피자지의 영향을 받았다. 주감은 기독교 국가에서 이슬람 이민자로 살면서 광신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그의 아버지는 증언했다. 주감의 경우처럼 이슬람 테러조직은 종종 가족의 유대와 친구간의 우정을 바탕으로 맺어진다. 모로코 테러 전문가 모하메드 다리프는 마드리드 폭탄테러를 한때 빈 라덴과 협력관계에 있던 요르단 출신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혼의 보통 이슬람 젊은이들은 늘 주변에서 동족을 압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적절한 방법이 테러라는 인식을 심어줘 결국 테러조직에 가담하게 된다고 스페인 테러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사마 빈 라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슬람 조직은 주변환경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확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드리드 dpa=연합뉴스)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