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음식 전문점 '시젠'의 김흥연 사장(45)은 얼마전까지 샐러리맨으로 성공가도를 질주했다. 그는 1983년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제빵회사 샤니에 입사한 것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사업과 깊숙한 인연을 맺게 됐다. 샤니 신규 프로젝트팀에 합류,베스킨라빈스를 국내에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편의점 로손,치킨점 파파이스,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점포개발 등을 도맡았다. 김 대표 손으로 오픈시킨 점포수만도 5백여개. 이들 브랜드의 히트로 모기업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최일선 실무책임자인 김 대표는 항상 허탈함만 맛봐야 했다. 마침내 지난해 2월 스타벅스 총괄상무직을 버리고 독립을 선언했다. 김 사장은 "내 사업에 대한 욕구를 미룰 수 없었고 외국에서 로열티를 받는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마포 월드컵경기장에 첫 점포인 상암점(60평)을 오픈했다. 현재 직영점수는 강남점(45평)과 이대점(60평)을 합쳐 3개. 4월말이면 5개점으로 늘어난다. 상암점의 월 평균매출은 6천만원대. 강남점과 이대점의 매출도 하루평균 1백만∼1백20만원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개점 속도를 감안하면 올 10월께 직영점수가 10개로 증가,충분한 브랜드 노출 효과로 가맹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다는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철저한 사전준비로 위험 최소화 '프랜차이즈 김'으로 통할 정도로 베테랑이지만 그에게도 창업에 따른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지금까지는 회사 자금력을 바탕으로 검증된 브랜드를 국내에 확산시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 자금유치에서부터 자생 브랜드를 만들어 모양새를 갖추는 일까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하는 일이었다. 자금조달 문제는 김 사장의 명성에다 치밀한 사업계획서 때문에 의외로 쉽게 풀렸다. 한 기업으로부터 5년 무배당 조건으로 20억원을 유치했다. 일단 점포당 평균투자비를 2억원 안팎으로 잡았다. 60평규모 매장을 꾸미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 때문에 수수료 매장(상암점)에 들어가거나 상가 2층(강남점,이대점)에 점포를 내는 고육지책을 썼다. 수수료매장은 임대료가 없고 2층매장은 외식업소로선 다소 한계가 있지만 권리금이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차별화가 성공의 관건 시젠은 색깔있는 건강면을 메뉴 컨셉트로 잡고 있다. 면 수요 증가추세에 맞춰 건강으로 메뉴를 차별화시킨다는 전략. 고객이 녹차 호박 허브 등 6가지 다양한 색깔의 면을 즉석에서 선택,주문하는 개인맞춤형 서비스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주문후 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5분으로 맞췄다. 이를위해 주문에서 조리 서비스 등 전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그의 20년 프랜차이즈 노하우가 가장 빛을 발한게 이 매뉴얼화 작업. 매일 주방장을 교체하는 일일주방장 제도는 시젠의 극단적인 매뉴얼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점포당 종업원은 6∼7명을 쓰고 있다. 이를 평일과 주말로 구분해 전체 근무시간을 구한뒤 적정인원을 산출했다. 하루평균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주말은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사업초기엔 '건강면은 맛도 없고 비싸다'는 편견이 장애가 됐다. 전단지 등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점포입구에 특별 메뉴 전시공간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썼다. 글=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