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을 여행할 때 꼭 거치는 곳이 발라라트이다. 멜버른에서 북서쪽으로 1백12km 떨어져 있는 발라라트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금광지역. 금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든 1850년대 이후 호주 금생산량의 90%가 빅토리아주에서 나왔는데,매장량이 풍부했던 발라라트가 그 중심이었던 것. 소버린힐에서 당시 금광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수 있다. 발라라트에는 또 작지만 알찬 야생동물공원이 있다. 호주의 희귀 야생동물의 생태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버린힐=한국의 민속촌격이다. 1970년 개장했다. 1850년대 이곳 금광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놓았다. 소버린힐에 들어서면 흑백 서부영화에나 나옴직한 풍경이 펼쳐진다. 길지 않은 메인스트리트 양편엔 낮은 목조건물이 늘어서 있다. 대장간,빵집,우체국,약국,학교,사진관,수공예품점 등 오래된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 하다. 마차가 다니며,그시절 복장을 하고 오가는 자원봉사자들도 관광객을 반긴다. 초창기 금광에서 사용됐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갱도로 내려가 금 채굴체험을 할 수 있다. 실제 광부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갱도가 무너져 지하수가 흘러내리고,그 위기의 순간을 탈출하려는 광부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 드는 등 정말 실감나게 꾸며 놓았다. 당시 세계 최대의 68kg짜리 금괴를 발견,그야말로 노다지를 캔 순간도 홀로그램으로 보여준다. 6백m 길이의 또다른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채굴기술의 발달사를 엿볼수 있다. 갱도에서 나오면 텐트촌이 보인다. 중국인 광부들이 모여살던 곳이다. 텐트촌 위로 한걸음에 건너뛰수 있는 폭의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데,이곳에서 사금채취 체험을 한다. 소버린힐 체험의 하이라이트. 삽으로 바닥의 모래를 퍼 대야에 넣고,물을 더해 흔들면 마지막에 눈에 보일까말까 한 사금조각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 사금은 물을 담은 작은 주사약병에 넣어 가져갈수 있다. 원석상태의 금을 녹여 금괴를 만들어 보이기도 한다. 5만달러어치의 금이 용해로 속에서 녹고,틀에 부어져 금괴가 되어 나오는 과정이 간단하지만 신기하다. 야간 야외공연 '남십자성 위에 흘린 피'도 펼쳐진다. 금채굴 허가와 관련된 정부와 광부들의 마찰로 인해 호주에서 유일했던 무장반란으로까지 발전했던 사건을 골격으로 이야기를 꾸민 공연물이다. 이밖에 소총사격,말굽갈기,사탕만들기,총알만들기,수레목공 등을 시간에 맞춰 실연해 보여준다. 소버린힐 안에서 숙박할수 있다. 소버린힐 제일 높은 곳에 고풍스런 장식으로 꾸민 숙소를 준비해놓고 있다. 학생과 유스호스텔회원을 위해 가격이 싼 합숙소도 두었다. 소버린힐 반대편에는 금박물관이 있다. 사금과 금괴,동전 등을 볼 수 있다. 발라라트의 역사가 담긴 유품과 교육기관에서 쓰던 물건들도 전시해놓고 있다. ◆발라라트야생동물공원=호주에서 가장 잘 관리되고 있는 개인소유 야생동물공원 중 하나다. 소버린힐에서 5분거리에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먹이도 주며 동물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게 특징. 어릴적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온 그레그 파커씨의 꼼꼼한 손길을 느낄수 있다. 파커씨의 두 아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캥거루와 월러비,웜배트,코알라,태즈매니안 데블,맹독성 뱀,크로커다일,조류 등 없는 게 없다. 관광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캥거루에게 먹이주기. 울타리 없이 야생상태 그대로 살고 있는 80여마리의 캥거루에게 다가가 구입한 먹이를 주며 체온을 나눌수 있다. 게으름뱅이 코알라도 만져볼수 있다. 파충류관도 재미있다. 호주의 사설 동물공원 중 가장 많은 파충류를 전시하고 있다. 데스 애더스,타이판스,타이거 스네이크 등 맹독성 뱀들이 으시시하다. 게이터란 이름의 22세 먹은 대형 크로커다일이 눈길을 끈다. 안보는 척하고 다가와서는 잽싸게 머리를 치켜들고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도 볼수 있다. 그냥 자유로이 둘러볼수 있다. 전문가 안내를 받을수도 있다. 전문안내원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입장객을 모아 관람로를 따라가며 각각의 동물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코알라를 안고 또 웜배트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