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11일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갑작스럽게 투신자살한 배경에는 검찰 수사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 전 사장은 대우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0년부터 하도급 회사를 통해 3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상당 규모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수차례 소환조사도 받았던 터였다. 특히 지난 6일에는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3천만원을 건넸다는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려 있던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형 건평씨 의혹을 해명하는 대목에서 남 전 사장을 직접 거론, 심리적 동요를 증폭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 두 차례 전화 =남 전 사장은 한강에 투신하기 전까지 2차례 각기 다른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이날 오전 11시54분께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서 한 차례 전화를 했고, 이어 30분 뒤인 낮 12시24분께 서빙고동에서 다른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사장이 대우건설 신모 법무팀장에게 '모든 것을 짊어질테니 한강 남단에서 차를 찾아가라'고 지시했던 시점이 낮 12시께인 점으로 미뤄 첫 번째 통화는 한강에서 발견된 아들의 휴대폰으로 신 법무팀장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전화는 30분 뒤 비서의 휴대폰으로 이뤄졌지만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 가족 반응 =이날 오후 서울 논현동 남 전 사장의 자택을 찾아 가족들과 면담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족들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자살의 촉발제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회견이 자살 계기가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 표현에 따르면 '교육을 많이 받으신 분이 사회적인 파렴치범으로 몰린데 대해 정신적으로 괴로워하지 않았겠느냐'며 자살 원인을 추측했다"고 말했다. ◆ 수색 상황 =경찰과 소방서는 이날 낮부터 합동으로 한강에서 잠수 수색 활동을 벌였으나 수중 시계가 30cm 미만이어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잠수 수색팀은 일단 수색을 중단하고 12일 다시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