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된 기업인들을 불구속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재계는 일단 "일은 할 수 있게 됐다"며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대부분 기업들은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삼성 현대차 동부 부영 등 '계속 수사 대상'으로 남은 기업들은 '희망 반,불안 반'의 분위기 속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검찰의 발표내용에 대해 "그 동안의 잘못된 정치자금 수수 관행,수사의 공정정 시비 차단,국가 경제의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수사가 종결된 기업에 대한 불구속 수사와 처벌 범위 최소화 방침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전경련은 이어 "총선 이후에 계속될 대선자금 수사도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에 주름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는 기업의 입장을 배려해준 검찰의 발표를 존중하면서 향후 이어질 수사에 대해서도 '관용'을 기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상의도 공식 논평을 통해 "정치자금 수사가 조속히 종결돼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활동과 투자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LG 롯데 한화 한진 금호 등은 검찰 발표를 반기며 그 동안 차질을 빚었던 내부 업무 정상화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좀 더 미래 지향적이고 투명한 기업경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호 관계자도 "신뢰받는 경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과거 관행을 근절하고 기업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검찰 수사로 발이 묶였던 총수나 핵심 임원들이 곧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4개 기업은 "배경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단 검찰 수사의 초점이 기업인보다는 정치인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안도하면서도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는 파장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이 국가 경제를 감안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인 처벌 수위가 당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대폭 낮아질 것 같아 다행스럽다"면서도 "여전히 수사 대상 기업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검찰이 계속 수사하겠다는 사항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