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비리 확보를 위해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등 의욕을 보였던 측근비리 특검이 지난 6일 두달을 넘기며 별다른 `소득'없이 대부분 의혹들을 `사실무근'으로 잠정 결론지은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특검팀은 남은 기간 새로운 비리의 단서로 삼을만한 결정적 물증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주요 측근들의 소환조사 등 수사활동을 정리한뒤 총선 일정 등을 감안, 이달말 최종 수사결과를 앞당겨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검 수사가 추가 `비리캐기' 보다는 사실무근, 즉 `의혹 떨어내기' 양상을 띠기 시작한 것은 사건 관련자들의 계좌와 자택 등에 대한 고강도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지난 1월말부터. 검찰 수사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장기간 물증 확보에 주력해야 하므로 우선 `거품섞인' 의혹들을 떨어내 부담을 덜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특검팀은 `썬앤문 95억원 정치권 제공설', `최도술 300억원 모금 의혹', `이원호씨 50억 현금인출 및 측근 수수설' 등 정치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수사 초기부터 사실상 `근거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이번 특검은 수사 성과는 고사하고 유례없는 `특검보의 돌연사퇴'라는 내홍까지 겪으며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장기간의 물증확보 노력에도 추가비리를 입증할만한 단서를 찾지 못한 특검팀은"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수사 연장을 해가면서 막판 `뒤집기'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지난달 최도술씨가 1억원 안팎의 불법자금을 추가로 수수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남은 여러 의혹들이 근거가 없다는 식의 결론을 이어갔다. 최근 썬앤문 그룹의 양평 골프장 사업 추진과정이나 회원권을 이용한 농협 불법대출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가 개입했다거나 문병욱 회장이 조성한 40여억원의 비자금 중 일부가 정치권에 유입됐다는 의혹들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농협 대출금 115억 중 일부가 이광재씨 등 정치권에 유입됐다는 흔적은 없었으며 썬앤문이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수백억대의 대출을 받은 것도 특혜성이 있다고 볼 근거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이영로씨가 비밀금고에 은닉했다는 수천만원대의 괴자금 행방, 부산지역 기업인 계좌를 이용한 돈세탁 의혹 등 특검팀이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사건해결의 열쇠를 쥔 이씨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검팀은 완벽한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이광재.양길승씨 등 측근들의 소환조사를 강행, 당초 제기된 의혹들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최종 수사결과를 다소 앞당겨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특검팀이 앞서 "물증이 확보될때까지 부르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동기 정화삼씨를 최근 별다른 단서가 포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환한 것도이런 상황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남은 기간 최도술씨가 추가로 받은 불법자금의 규모와 수수경위, 썬앤문의 감세청탁과정에서의 대통령 측근의 개입여부 등 일부 남겨진 과제에서 다소나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