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 빚이 4백5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증가세는 현저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극심한 소비위축과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외상구입은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신용(가계대출+물품 외상구입) 잔액은 4백47조5천6백75억원으로 2002년말(4백39조5백98억원)에 비해 1.9%(8조5천77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2002년중 가계부채가 97조4천억원(28.5%)이나 급증했던데 비해 증가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가구당 부채(가계부채÷전체 가구수)는 작년 한햇동안 11만원 늘어난 2천9백26만원으로 집계됐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조치와 소비위축 등으로 가계 빚 증가폭이 지난해 들어 크게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외상구입(판매신용)은 경기침체와 카드사 신용한도 축소 등의 영향으로 21조3천1백13억원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폭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이며 외환위기 직후인 98년(8조4천억원 감소)에 비해 감소금액이 2.5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은행 신규 대출 중에는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 49.6%를 차지했고 소비용은 22.4%에 그쳤다. 만기별로는 2∼5년이 48.2%로 주류를 이뤘고 이어 △1년 미만 24.7% △1∼2년 13.4% △10년 이상 8.2% △5∼10년 5.5% 등의 순이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