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실명制' 한발 물러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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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비 실명제'의 신축 운용 여부를 놓고 국세청과 기업들간에 또다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발단은 이용섭 국세청장이 27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 참석,"접대비 실명제라고 하지만 접대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 등이 누락되거나 오류가 있더라도 기업 내부의 지출품의서 등을 통해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이 입증되면 비용으로 인정하겠다"고 말하면서 비롯됐다.
이 청장은 또 "(역시 실명제 적용대상인) 상품권의 경우 합산금액 기준으로 50만원을 적용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상품권 구입 1건당 50만원 미만은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접대비 실명제 강행방침에서 한 발 후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접대비의 경우 '업무관련성이 입증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접대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 등 핵심적인 사항이 기재되지 않더라도 접대로 인정하겠다는 얘기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
접대용 상품권의 비용 인정 범위를 놓고도 마찬가지 해석 논쟁이 빚어졌다.
이 문제를 질의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업계 출입기자들에게 "접대용 상품권을 제공한 액수를 합산해서 50만원 미만일 경우 증빙자료 작성 의무가 면제된다는 의미로 국세청이 기존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세청은 "백화점업계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품권은 1회 구입한 금액을 기준으로 50만원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50만원 미만으로 나눠 구입한 뒤 이를 일시에 사용하는 등의 변칙 처리가 있을 수 있고 이런 사실이 적발되면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진화'에 나선 것.
국세청과 업계 사이의 이 같은 '해석 논쟁'은 이 청장이 간담회에서 접대비 업무관련성 입증에 관한 고시를 만들면서 중점을 둔 골프장의 예를 들면서 설명한 데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이 청장은 "골프를 친 사람 이름을 기록하지 않아도 다른 일정에서 업무관련성이 입증되면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했는데,이 발언이 국세청이 한발 후퇴해 접대비 실명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
그러나 국세청은 이에 대해 "실명제라고는 하지만 업무관련성 입증이 핵심 내용이었던 만큼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접대 목적이 확실히 입증된다면 주민등록번호 기재의 오류 등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일 뿐 상대방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행 접대비 실명제는 당초 고시대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국세청은 거듭 못박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