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존경하는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그가 18세기 말 영국을 휩쓴 남해주식회사의 주식 버블에 휩쓸려 주식투자에서 현재 가치로 2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천재조차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역사적으로 경제 버블은 막강한 환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왔다. 17세기 튤립 뿌리 한 개 가격이 암스테르담의 작은 저택 한 채 값까지 치솟은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20세기 초 미국인들을 열광시킨 철도와 전기 버블,그리고 가장 가까이 경험한 99년에서 2000년 초의 전세계적인 IT 버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거품은 각 시대를 살던 모든 사람을 매혹시켜왔다. '부의 대전환'(로저 부틀 지음,김지연 감역,21세기북스,2만5천원)은 IT 버블의 교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장기적인 불황과 새로운 도약의 갈림길에 서있는 세계경제를 전망하고 있다. 90년대에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고 일본의 장기 불황을 예견해 주목받은 저자는 이제 조심스럽게 미래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개진하고 있다. 세계경제를 낙관하는 이유로는 비용 증가 없이도 거의 무한하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사회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과 이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세계화를 꼽고 있다. 저자는 버블 시기에 경험했던 것처럼 부가가치의 창출 없이 일거에 큰 부를 축적하려는 환상에서 벗어나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하는 가치야말로 진정한 부의 원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기존과 같은 비용이 투입될지라도 더 많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확체증의 법칙에 의해 획득된 부는 자유무역을 통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흘러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낙관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화가 곧 부의 분배와 연결될지는 모를 일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세계화 이후 더욱 벌어지고 있고,세계화로 인한 뚜렷한 변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더구나 9·11 사태 이후 테러리즘과 이라크의 불안정 등은 국제 정세에 혼란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의 선순환'을 통한 세계경제 발전을 전망하는 것은 미래의 부의 원천이 '인간'에게 있고 개도국에서도 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 축적이 지속되고 있으며 각 국가의 구조와 제도 등 경제체제 내의 건전한 지배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또 남한과 북한의 차이에서 보듯 세계화는 빈부 격차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부의 세계적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끝으로 저자의 관점은 버블이 새로운 경제 질서가 태동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튤립은 네덜란드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되었고,철도와 전기는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견인차가 되었으며,한국의 IT도 버블 이후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점을 보면 이런 저자의 관점은 음미할 만하다. 이런 생각을 수용할 때 버블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단지 문제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부정하는 데 많은 원인이 있다고 볼 때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자나 기업인,특히 정책입안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