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시기의 생산 및 지출 성장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자본주의 맹아가 식민통치 이전에 내재해 있었다는 '내재적 발전론'을 부정해 온 낙성대경제연구소(소장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홀에서 '한국의 장기경제통계(Ⅱ)-식민지기의 GDP와 GDE'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식민시기 각종 수량 지표를 추계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연구소측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체의 시기라고 이해되는 1920년대에도 광공업및 서비스업의 성장으로 실질 생산이 전후 시기와 비슷한 비율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식민지기의 성장이 군수공업화가 진행된 1930년대에 국한된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즉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2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성장하다가 공황을 지난 후에 다시 빠른 속도로 성장해, 결과적으로 실질 생산은 식민 통치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는 주장으로, 일반적인 국사학계와 경제사학계와 입장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연구소측은 "식민지 초기에 생산의 75%를 차지하던 농업의 비중은 당시의 농업개발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해 식민지 말기에 이르러서는 4할 수준에 이르고 대신 광공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한 "급속한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비가 연평균 3.8%로 증가했으며, 1인당 실질소비는 연평균 2.3%의 지속적 증가를 보여 식민지기 동안에 약 2배 이상 증가"했으며 "1인당 곡물소비량은 감소했지만 곡물 외 식료품소비가 급증해 전체 식료품 소비도 연평균 3%의 증가를 보였다"는 것. 생산 뿐 아니라 당대의 개인 차원에서의 소비 수준 역시 식민시기에 꾸준히 높아졌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들은 "부문별 추계결과를 종합하여 계산되는 당시의 생산 및 지출은 연평균 4%이상의 성장을 보여,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며 "식민지기에 인구증가율이 1.6%였음을 감안하면, 1인당 생산이 연평균 2.6%로 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조선총독부통계연보」「조선무역연보」「조선총독부특별회계세입세출결정계산서」「조선토목건설협회회보」등 다양한 자료를 망라해 국내총생산(GDP)와 국외총지출(GDE)을 별도로 추계하고, 산업분류방식으로 식민지시기 방식이아닌 신SNA(국민계정체계)방식을 채택해 현재 경제통계와 연결될 수 있도로 작성한 각종 분야별 통계치가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소측은 "2차대전기를 제외한 식민지기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생산증가를 보였으며, 1인당 생산도 증가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라며 "식민지기의 경제실상에 관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를 제시하지 못했던 한국 사학계 풍토에서 신뢰할만한 식민지기 통계추계를 작성했다는 점이 연구의 성과"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현재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한국 경제의 장기경제통계 작성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지난해 2월에도 '한국의 장기통계 : 17-20세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조선 후기의 수량적 경제 통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지난 1987년 안병직 당시 서울대 교수와 이대근 성균관대 교수를 주축으로 설립됐으며, 식민시기 이전 한국사회에 자본주의의 맹아가 자라고 있었다는 '자본주의 맹아론''내재적 발전론'에 반기를 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도해 왔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