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은행들의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이 부동산업 대출보다도 적은 수준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예금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8조1천7백88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57.8%(10조3천1백82억원)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체 산업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9.9%로 전년도(7.2%)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설비투자에 쓰이는 제조업 시설자금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20조3백1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조93억원(11.1%) 늘어나는데 그쳐 부동산 대출액을 밑돌았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지난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오피스텔과 복합 쇼핑몰에 대한 붐이 일어 부동산업 대출이 급증했다"며 "연말 기준으로 부동산업 대출액이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을 웃돈 것은 199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 전반적으로는 제조업 분야 대출이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산업대출금은 2백84조5천39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4.1% 늘어났다. 이 중 제조업 대출잔액은 1백7조9천6백39억원으로 6.5% 증가에 그쳤다. 전체 산업대출금에서 제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도 40.7%에서 지난해 말에는 37.9%로 낮아졌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은 지난 한 해 동안 21.3%(22조5천5백11억원) 늘어난 1백28조5천7백16억원을 기록, 전체 산업대출 가운데 45.2%를 차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