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복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의 전격적인 사직서 제출로 재경부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24일 "김 실장이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재경부 내 행시 동기이자 같은 1급인 김영룡 세제실장과 행시 16회인 전형수 국세심판원장, 김병기 금융분석원장 등이 가장 큰 심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시 15회로 재경부의 최고참에 속하는 김 실장은 전날 돌연 용퇴 결심을 밝히며 "다른 1급들에게 부담을 주고 솔선수범하기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실장은 특히 "부총리께서 '당신이 그래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헌재 부총리의 경기고-서울 법대 후배로 재경부 내에서 이 부총리의 뜻을 잘읽는 측근에 속하는 김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바로 이 부총리의 '속마음'을 대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행시 15회로는 장수만 국제조세센터 소장도 있지만 아직 국장급이고 1급인 박병원 차관보는 행시 17회로 기수가 낮고 차관보로 간 지도 얼마 안돼 유임될 것이라는관측이 우세하다. 이 부총리는 취임 이후 간부 인사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측근들은 능력 있는 후배들의 운신과 조직의 물갈이를 위해 1급 간부들이 자신들의 거취를알아서 결정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읽고 있다. 김 실장을 비롯해 일부 1급이 용퇴할 경우 후임 경쟁도 치열하다. 우선 행시 17회로 방영민 세제총괄심의관, 이철휘 국고국장, 채수열 국세심판원 심판관등이 경합하고 있고 외부에 나가 있는 윤대희 열린 우리당 수석전문위원, 이정환 국무조정실조정관(이상 1급) 등은 본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 같은 1급인 오갑원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은 수평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행시 18회에서는 김병일 ADB연차총회 기획단장과 문창모 관세심의관 등이 대기하고있다. 이 부총리가 발탁 인사를 단행한다면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1급)과 행시 기수가 같은 19회인 변양호 본부 국장과 김성진 공보관 등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 국장의 경우는 본부 승진보다 1급 이상으로 평가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1급들이 용퇴해도 과거처럼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부총리로서도 고참 1급들에게 무작정 나가라고만 다그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경부는 물러나는 1급의 뒷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김우석 신용회복위원장이 최근 공모 절차를 거친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낙점되기를 기대했으나 청와대가 트는바람에 무위에 그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김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