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글 한자사전으로 알려진 지석영의 「자전석요」에 앞서 발행된 한글 한자사전이 발견됐다. 이로써 국문학 및 사전학사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형익 경기대 교수(국어국문학)는 21일 한국어학회(회장 홍윤표) 주최로 홍익대에서 열린 전국학술대회에서 '한국의 자전'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하고, 1909년 7월에 간행된 지석영의 「자전석요」보다 4개월 앞서 1909년 3월25일에 발행된 최초의 한글 한자사전인 「국한문신옥편」재판을 공개했다. 재판 발행 자체가 「자전석요」보다 4달이나 앞설 뿐 아니라 이번에 공개된 재판본의 판권지에 초판 발행일로 1908년인 융희2년 11월6일이 선명하게 기록된 것이드러남에 따라, 「국한문신옥편」자체는 「자전석요」에 1년 가까이 앞서 제작됐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게다가 박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1912년 8월15일 발행된 또 다른 판본의 「국한문신옥편」의 서문에도 간행일로 융희2년 7월22일이 기록돼 있어, 이 사전이 1908년에 발행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도사인 정익로가 집필하고 평양의 기독교 단체인 야소교서원에서 발행한 「국한문신옥편」은 가로 13㎝, 세로 19㎝ 크기의 본문 288쪽, 음절 색인 항목인 음운자휘부록 103쪽이 수록된 400여쪽 분량의 세로쓰기 사전이다. 가장 오래된 한글 한자사전으로 알려진 「자전석요」와 같이 자음과 자의는 한글로, 뜻에 대한 설명은 한자로 적혀 있으며 부수와 획수 순서로 실려있다. 이번에 공개된 재판본은 서문이 포함된 앞장은 파손돼 필사본으로 보완됐지만,초판일로 1908년인 융희2년 11월6일이 선명하게 인쇄된 판권지는 깨끗한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박교수는 "최초의 한자사전으로 알려진 「자전석요」에 앞서 편찬된 사전이 발견된 만큼 국문학.사전학사가 고쳐져야 한다"면서 "이 사전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전석요」가 가장 오래된 사전으로 알려져 있었을 뿐, 「국한문신옥편」이 이제까지 나온 한글 한자사전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설명했다. 그는 "「국한문신옥편」은 그 형태나 내용으로 미뤄 정조 대에 편찬된 한자사전인 「전운옥편」을 저본으로 제작됐으며, 이 사전을 기초로 지석영 선생의 「자전석요」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발견으로 근대 한자사전이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의 전통을 계승해 제작됐다는 사실이 분명해 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국한문신옥편」 재판본은 박교수가 수년전 한 고서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학술대회 특강을 위해 한국의 한자사전 목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최초의 한글 한자사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