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18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규제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인위적인 고(高)환율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NDF시장을 억지로 규제하는 바람에 운신 폭이 좁아진 은행들이 예기치 않은 손실을 떠안게 됐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과 NDF간 괴리가 심화돼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속 발견되면서 더 이상 규제조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재경부가 NDF규제 한 달 만에 "정책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면서 "환율방어 비용이 이미 한계를 넘어선 만큼 차제에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발 물러선 외환당국 재경부의 이번 NDF 완화조치를 국내 은행(외국계 은행 포함)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매도초과포지션(매도물량이 매입물량보다 많은 상태)의 90% 이상(지난달 16일 포지션 대비)'이라는 규정이 그대로 적용됐을 경우 NDF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헐값에 NDF를 팔아야 하고 이로 인해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그러나 매수초과포지션의 1백10%를 유지토록 한 규정은 바꾸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외국 투기세력들이 NDF시장을 이용해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하락을 노리는 것을 막자는 차원이다. '외국인 NDF 매도→국내 은행 NDF 매입→현물시장 달러 매도→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급증한 환율방어 비용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방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도 재경부가 시장개입의 끈을 늦추게 된 요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현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포함) 발행 잔액은 31조6천억원.올 들어서만 4조원이 발행됐다. 한국은행이 시중유동성 흡수를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 잔액도 1백12조1천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6조6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외평채 1조5천억원,통안증권 5조원 등 연간 이자(환율방어비용) 부담이 6조5천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분간 환율은 내림세 보일 듯 이번 NDF 규제완화 조치로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당장 이날 환율이 5원90전 급락하며 1천1백52원20전까지 내려 1천1백50원선 방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환율 방어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돼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달러 매도세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NDF 완화조치로 인해 앞으로 정부의 시장개입 전략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도 이날 "한국 정부가 원화가치 강세를 용인하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1천50원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