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환경병인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 이슈가 되고 있다. 연초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소개된 새집증후군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집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하나의 환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그 동안 배기가스와 각종 유해물질에 대한 자연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던 반면 우리가 하루의 1/3 이상을 머물고 있는 집에 대한 오염도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병든 집 증후군이란 콘크리트와 단열재, 실내장식을 위해 쓰인 내장재ㆍ접착제ㆍ페인트 등에서 방출되는 갖가지 유독성 화학물질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새로 지어진 집의 경우 유독성이 있는 화학 자재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실내 오염으로 인해 비염ㆍ아토피ㆍ알레르기 질환ㆍ두통 등에 시달리는 새집 증후군 환자들은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새집 증후군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화학물질과민증(MCS)'으로 나타난다.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명명된 화학물질과민증은 극히 드문 경우다. 하지만 화학물질의 냄새만 맡아도 구토나 두드러기 증세가 나타나는 등 평생 격리돼 살아야 할 정도의 중증질환이다. 국내에서는 건축자재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부작용으로 친환경 자재가 개발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면에서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먼저 화려한 외관보다는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시행하고 실내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규제할 예정이다. 오는 5월부터는 건설 승인을 받은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시공 후 필수적으로 오염물질 정도를 공고해야 한다. 또 이달 16일부터는 각종 건축자재의 오염물질 방출 정도에 따라 인증등급을 부여하는 '친환경 건축자재 품질인증제'까지 시행된다. 품질 인증은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주관하고 시험은 건설기술연구원을 비롯해 다섯 기관이 맡게 된다. 유럽의 경우 핀란드나 독일, 덴마크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이런 제도가 마련돼 있다. 또 가까운 일본도 건축자재 일부에 대해 이런 인증제도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아파트 외관보다는 실내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마감재나 접착제 등에서 친환경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으로 천연물질이나 전통소재를 이용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흙과 돌, 나무로 지은 전통집들은 화학적인 꾸밈없이 우리에게 소박한 건강을 선물했다. 그러한 주거형태로 돌아갈 수 없는 지금도 건강한 집은 자연이 만든다. 전문가들은 병든 집 증후군을 해소하는데 자연 바람을 이용한 환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평소 냉난방을 위한 막힌 구조는 외부 공기의 자연스런 소통을 차단하기 쉽기 때문.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 실내공기 정화 효율을 높인다고 창문을 꼭 닫는 것은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새 집에 들어가기 3일 전부터 높은 온도로 난방을 하고 환기를 시키면 휘발성 물질의 상당부분이 외부로 배출된다. 또 실내오염은 생활방식을 고치면 해결될 수 있다. 세제나 방향제 등 화학물질을 가정 내에서 적게 사용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는 새집 증후군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된 배수관을 교체하고, 환기구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