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 증시는 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내림세로 마감됐다. 다우 지수는 13일 66포인트 떨어져 10,627을 기록했다. 나스닥도 20포인트 하락,2,053까지 밀렸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는 올랐지만 상승폭은 0.3%에 그쳤다. 나스닥은 4주 연속 빠졌다. 레그 메이슨의 선임부사장인 조나단 머레이는 "주식 시장이 조금 피곤한 듯했다"고 분석했다. 주말에 약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 신뢰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미시간 대학이 발표하는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93.1.지난 1월 지수(103.8)는 물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03.1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무역 적자가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무역적자는 4백25억달러로 예상치 3백96억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이로 인해 2003년 연간 적자는 4천8백94억달러로 전년의 최고치였던 4천1백80억달러를 경신했다. 13일 개인용 컴퓨터 회사인 델의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나왔지만 잇단 악재의 무게에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 델은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8% 증가,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충족시켰고 수익은 주당 29센트로 예상보다 증가했다. 덕분에 델 주가는 2.9% 올랐지만 다른 주식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컴캐스트의 인수 계획 발표로 급등했던 월트 디즈니 주가도 이날은 3.9%나 밀렸다. 월가는 지난 11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으로 축복을 받는 듯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도 인플레 우려가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의 경제 낙관론과 금리 인상에 대한 여유 있는 자세가 주 중반에 주가를 크게 밀어올렸다. 하지만 주말에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면서 그린스펀 의장의 약효는 사라졌다. 파트너 리 자산관리의 존 데이비슨 사장은 "투자자들이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에 회의를 갖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월요일인 16일이 대통령의 날로 뉴욕 증시가 쉬기 때문에 긴 휴식을 즐기기 위해 일찌감치 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주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에서 17일로 예정된 1월 산업생산과 19일로 잡힌 1월 경기 선행지수가 주목을 끌 것 같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 증가율인 0.1%보다 높은 0.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생산과 함께 1월 공장가동률도 발표된다. 이들 지표는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건강하고 이에 따라 FRB의 금리 인상이 언제쯤 이뤄질지 힌트를 줄 것 같다. 19일엔 세계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와 또다른 대형 할인점 타깃,휴렛팩커드 등이 4·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