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주부인 이모씨(36)는 작년 말 신용불량자가 됐다. 남들처럼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그럴듯한 옷들도 사고 싶어 신용카드를 남발하다보니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남편에게 상의도 못하는 사이 '카드 돌려막기'는 한계에 부딪쳤고, 결국은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조금만 계획적인 생활을 했더라면…"하고 후회해 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씨처럼 신용위기에 봉착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계획적인 생활'이다. 수입을 감안하지 않고 지출을 한다든가, 남들 흉내내기를 하다가 신용위기를 맞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삶 전체를 내다보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자금수지를 계산해본 뒤 그에 걸맞은 신용활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얘기다. ◆ 라이프사이클의 구성 =우리 인생은 크게 '아동기→청년기→중ㆍ장년기→노년기'의 4단계로 나뉜다. 이는 결혼을 하느냐, 아이를 갖느냐에 따라 좀 더 복잡한 사이클로 갈라진다. 결혼을 하고 자녀도 갖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므로 재무설계를 위한 보편적인 라이프사이클은 '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신혼기→자녀양육1기→자녀양육2기→자녀독립기→노년기'로 구성된다. 여기서 자녀양육1기는 자녀의 나이가 어린 때이고 2기는 청소년 이상인 때, 자녀독립기는 청년이 돼 독립 또는 결혼하게 되는 때를 말한다. ◆ 청년기, 종잣돈 마련이 제1목표 =재무설계의 첫 단계는 처음으로 직장을 갖게 되는 청년기부터다. 소득이 적지만 지출도 적어 장래를 대비하기 좋은 때다. 가장 큰 재무사건은 '결혼'이다. 2001년 한 결혼정보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비용으로 신랑은 5천9백15만원,신부는 2천7백48만원 등 모두 8천6백63만원이 소요된다. 이 중 5천5백만원이 주택마련에 사용된다. 이 시기엔 결혼자금을 포함해 최대한 저축해 종잣돈을 모으는게 지상과제다. 젊은 시절에 마련한 종잣돈은 평생의 재력을 결정하는 지렛대다. ◆ 신혼기와 자녀양육 1기, 내집마련이 필수 =결혼과 출산을 분기점으로 모든 생활이 변한다. 신혼기에는 집,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 스포츠용품, 문화생활 등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두 사람이 버는 돈이 많다고 착각하고 과도한 빚을 지는 경우도 잦다. 자녀 출산과 함께 라이프사이클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가정을 꾸려가는데 드는 비용이 갑자기 커진다. 양육,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 내집마련, 경조사비 등으로 돈 쓸일이 많아진다. 아내가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 소득도 급격히 줄어든다. 이 시기 최대 과제는 '내집 마련'이다. 꾸준히 돈을 모은 후 적정 수준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출금액은 자신이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서는 안된다. ◆ 자녀양육 2기, 가장 어려운 빈곤시기 =가장의 나이가 40대가 되면 대체로 소득이 증가하지만 내집마련을 위해 빌린 돈이 많은 데다 비용지출도 늘어난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교육비용도 본격적으로 나간다. 인생의 전환점을 통과했으므로 노후준비도 시작해야 한다. 대체로 지출이 소득보다 많은 어려운 시기다. 가장 큰 재무사건은 '자녀의 대학진학'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0년 조사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자녀 1인당 교육비는 약 1억원 정도이며 이 중 대학 교육자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또 은퇴계획을 수립하고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2003년 분석에 따르면 현재 만60세인 부부가 평균기대수명(남자 77.5세, 여자 82.2세)까지 필수생계비와 최소한의 용돈만 쓴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2억6천만원이 필요하다. ◆ 자녀독립기와 노년기, 본격적인 은퇴생활 =어느덧 자녀가 결혼하고 본인은 은퇴생활에 진입한다. 은퇴 후에는 퇴직금 등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안전하게 운용하는게 가장 큰 과제다. 또 건강상실이나 불의의 사건에 대비해 비상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상속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상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필요한 돈을 미리미리 마련하는 것이 신용관리의 출발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