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2천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1918년 스페인독감이 비록 현재 아시아에서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과 종류는 다르지만 조류형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스크립스 연구소와 영국 의학연구위원회는 1918년 독감 피해자의 폐세포를 이용해 독감 감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 조류독감이 약간의 유전적 변화만 거치면 사람간에도 전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과 영국 연구진은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으로 불리는 기술을 이용, 1918년 독감 바이러스가 폐 세포에 붙어 폐에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드는 HA의 3차원 구조를 재구성했다고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 최근호(6일자)에 발표했다. 인간과 조류의 독감바이러스가 함유하고 있는 HA는 각기 다른 세포 수용체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조류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1918년 독감의 HA 구조가 인간이나 돼지 균주가 아니라 주로 조류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을 보유한 채 인간 세포에도 부착될 수 있도록 변형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 이언 윌슨은 "이번 연구 결과 1918년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발현하기 전 돼지들을 잠깐 경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조류독감이 인간에 전염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변형이 이뤄져야 하는 지를 알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학연구위원회 위원장인 존 스케얼경은 1918년 독감이 보유한 HA는 H1-형으로 현재 아시아에서 번지고 있는 H5-형 바이러스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현재 확산하고 있는 조류독감에는 당장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지만 조류독감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AP=연합뉴스) ciw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