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취해진 정부의 고강도 아파트 규제정책으로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이 크게 늘어나는 등주택경기가 얼어붙었다. 행정수도 이전과 고속철 개통이라는 호재를 안고 있는 충청권만 사정이 괜찮을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을 총선 이후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별다른 투기조짐이 없었는데도 서울 강남에 맞춰 규제가 가해짐에 따라 가뜩이나 안좋은 경기가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며 규제완화를 주장하기도한다. 지방별로 아파트 분양 실태를 점검해 본다. ▲경기.인천 = 경기도내 미분양아파트는 지난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1천200∼1천300가구 정도를 유지해 왔으나 6월부터 증가하기 시작, 6월 말 2천250가구, 8월말 2천744가구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10월 정부의 규제정책이 있은 뒤에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속도가 더욱빨라져 11월에 4천331가구에서 12월 6천168가구로 한달만에 1천837가구(42.4%)나 늘어났다. 특히 최근 아파트 건축이 활발해지고 있는 의정부, 화성, 안성, 양주 등에서 미분양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파주 교하 동문굿모닝힐의 미분양 아파트 900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최근 한달 사이 계약됐고 지난해 12월 대우건설이 양주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거의소진되는 등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화성 동탄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주현(57)씨는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으나 앞으로도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면서"대신 아파트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토지로 몰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4천738가구로 한달만에 14%증가했다 ▲부산,경남.북 = 부산에서는 지난해 6월 미분양 아파트가 774가구에 불과했으나 11월 전국 6대 광역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12월에 4천89가구로 폭증했다. 올들어서도 아파트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L건설과 S건설은 사하구와 남구 지역에각각 2천여가구와 3천여가구를 분양하려던 것을 총선 이후로 늦추는 등 상당수 업체들이 고육책을 마련중이다. 동래지역 모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인 S건설측은 이달말 2천900여가구를 분양할계획이나 조합원아파트를 뺀 일반 분양분 700여가구의 예상분양률을 60% 정도로 잡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가 워낙 요지에 있어 경기가 좋을 때였다면 경쟁이치열했을 것"이라며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사업장마다 분양열기가 뚝 떨어져 업체들이 울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서울 강남과 같은 투기과열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잣대로 삼아 획일적으로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탄력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에서도 지난해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5천253가구로 전년말 5천79가구에비해 약간 늘었다. 특히 양산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대규모 준공아파트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고 김해도 분양자격에 거주지 제한을 신설하면서 장유신도시를 비롯해 북부, 내외동 등에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도 임대아파트 2천210가구를 비롯해 모두 3만가구 가량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미분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지역도 지난해 10월 말 420가구이던 미분양아파트가 현재 4천159가구로 10배 가량으로 늘었고 경북도는 4천135가구로 지난해 10월말 3천538가구에 비해 17%늘었다. 한편 지난 1일 올해 처음 분양하는 달서구 진천동 주상복합아파트 `유천 화성파크리젠시'의 평균 청약률이 6대 1을 기록해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은 이어지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시지동 D부동산 공인중개사 김모(50)씨는 "지난해까지 잘 운영됐던 중개업소의 20-30%가 휴.폐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실제 일부 업소는 사무실을 임대.처분하기 위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북 = 충북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및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확정에따른 역세권 개발 기대감 등에 힘입어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말 2천406가구로 전년말 2천493가구에 비해 3.5% 줄었다.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인 오송을 끼고 있는 청원군이 최근 임대아파트 904가구가분양으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824가구 늘어났을 뿐 청주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184가구로 전년도 973가구에 비해 줄어든 것을 비롯해 대부분 지역 미분양 물량이 감소했다. 대전.충남권도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통과 이후 대전 노은지구나 천안 불당지구등 입지가 좋은 지역은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중개업소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전시 중구에 561가구를 분양한 W건설의 경우 두달이 지난 현재까지 26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등 지난해 대전에서 분양된 1만1천544가구의 10%에 가까운 1천117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W건설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금지가 큰 이유"라며 "총선이 끝나고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대전과 천안에서도 문의가 끊긴 상태. 대전의 경우 2001년 이후 허가된 주상복합 69건 7천500여 가구 중 1천500여가구만 완공됐을 뿐 나머지는 공사가 늦춰지고 있고 15건 1천500여가구는 이런저런 이유로 착공마저 미뤄지고 있다. ▲광주,전남.북 = 작년 말 `떳다방'이 판을 쳤던 전북지역에도 미분양 아파트가속출, 시공업체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작년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옆에 중.대형(38-64평) 888가구를 분양한 `더 샵' 아파트는 청약경쟁률 12.3대 1을 기록, 프리미엄이 수백만원씩 형성되기도 했으나 규제강화 이후 분양에 들어간 호성동 J아파트(1천364가구)와 `더 샵' 인근인 중화산동H 아파트(224가구), 평화동 S아파트(888가구)는 각각 50%, 35%, 60%가 미분양됐다. 이에 따라 J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을 5%로 낮추는 등 이자부담을 3천만원 이상 덜어주는 조건으로 분양을 다시 하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도 분양조건을 완화하거나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대 부동산학과 민규식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아파트값은 보합이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서민들은 아파트 가수요가 사라진 내년쯤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의 경우 2003년말 기준 미분양아파트가 1천870가구로 2002년말 977가구에비해 배 정도로 증가했다. 이 지역 건설업체 대표 장모(45)씨는 " 아파트 시공사측이 주택가격의 60-70%까지 해주던 주택자금 대출도 정부가 제한(40%)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미분양은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남지역은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작년말 현재 4천369가구로 전년도와 비슷한수준이지만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2년미분양분이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수원.부산.대전=연합뉴스) 김광호.심수화.박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