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전 등의 내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히려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고용 침체와 물가 급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나홀로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 물가 고용을 경제 정책의 3대 목표라고 한다면 경제는 이미 총체적인 난국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2년 무리한 내수경기 부양책의 후유증이 해소되지 않았던 데다 최근에는 인위적인 환율 방어 정책의 부작용까지 겹치면서 한국이 세계경기 흐름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경제성장률 5%는 고사하고 자칫 지난해의 극심한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 세계경기 상승 vs 국내 경기 하락


미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 연율 기준으로 8.2% 성장한데 이어 4분기에도 4%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7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 경제도 투자심리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같은 세계 흐름과는 동떨어진 '나홀로 불황'에 빠졌다.


수출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민간 소비와 고용이 극도로 위축되는 이상(異常) 현상은 1990년대 장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과 흡사하다.


물론 일본의 무역 의존도는 2002년 18.9%(수출과 수입을 합친 금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눠 계산한 비율)였던 반면 한국은 66%로 매우 높고, 주식 등 자산가격 버블 붕괴도 없어 일본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세계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물가 상승이 겹쳐 나타나는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 내수경기 '불황의 나락'


최근의 경기 흐름은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 등으로 설명된다.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은 이같은 흐름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 이후 인위적인 고환율을 고수해온 결과 수입물가 완충장치가 사라지고 국제 원자재가격이 국내 물가로 그대로 전이되면서 내수 불황은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게다가 정부가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해 빨라야 하반기에나 시행 가능한 특별소비세 인하 방침을 미리 밝힘에 따라 골프용품, 고급시계ㆍ보석, 대형 TV 등의 판매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다소 호전되던 내수경기가 2차 붕괴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고소득층 소비도 급감


신용불량자 수가 매달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소비자 신용이 붕괴된 가운데 중산ㆍ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아버린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가 주류의 대명사인 위스키 판매량은 경기 침체에다 국세청의 접대비 규제가 맞물려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키업계 선두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달 9만5천2백여상자(5백ml 18병 기준)의 위스키를 판매, 작년 같은 기간(12만6천8백여상자)보다 25%가량 매출이 줄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판매량도 8만9천7백여상자에 그쳐 작년 동기(11만9천3백여상자)에 비해 25% 감소했다.



현승윤ㆍ조일훈ㆍ장규호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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