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황화(黃禍·yellow peril)인가.'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을 보면서 '황화'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세계 경제가 '중국발(發)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원자재는 21세기 국제 분쟁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도 황화를 되새기는 이유다. 황화의 역사는 깊다.칭기즈칸이 유럽을 휩쓴 뒤 서구인의 정서에는 '황화 공포'가 잠재돼 있다. 19세기 중반 독일 빌헬름 황제가 이 말을 꺼냈고,90년대 초엔 황화라는 이름의 소설이 서방세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어떠한 요인에서든)중국이 세계 무대로 나오면 곧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황화의 핵심이다. '21세기 황화'는 중국 경제성장의 후폭풍이다. 중국은 지금 철강 원유 석탄 비철금속 등 원자재 시장을 휘젓고 있다. 미국에 이어 제2위 석유 수입국으로 등장했고, 철광석의 경우 작년 수입증가율이 무려 30%를 넘었다. 철광석 수입용 벌크선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벌크선 가격도 2∼3배 올랐다. 중국인들이 소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게 근본 이유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이카 붐이 일고 있고 고급주택, 오피스빌딩 등 건설 열기가 뜨겁다. 컴퓨터 핸드폰 고급냉장고 등 각종 디지털 제품이 각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해외 원자재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원자재뿐 아니다. 이미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황화를 경험하고 있다.해외 직접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몰리면서 동남아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국 경제는 침체된 세계 경제에 '성장엔진'같이 여겨져 왔다.우리에게는 IMF극복의 구원 세력이었다. 그러나 원자재 충격은 부정적 효과 또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는 중국의 성장이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