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핵심 경영역량 강화와 윤리경영, 생산성 향상 등을 겨냥한 '경영 혁신 새옷 갈아입기'에 분주해졌다.


정부의 경영실적 평가가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제1의 잣대가 될 뿐 아니라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 급여 봉투 두께가 달라지게 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다.


이와 함께 민영화 등으로 인해 민간 기업과의 무한 경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점도 공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경영 혁신에 나서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 상시 자율경영 혁신 체제를 유지하라


고유 업무를 위주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공기업들의 노력이 갈수록 뜨겁다.


특히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지난 1월초 "앞으로는 업무평가에서 중간 점수를 받은 공공부문 기관장도 교체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히면서 공기업들의 긴장도가 어느때보다 높다.


정 인사수석은 "이제는 정부 부처 뿐 아니라 공기업과 정부유관단체 등 공공부문 전체가 사명감을 가지고 국정목표 추진에 나서야 할 때"라며 인사 쇄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공기업들은 확실한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 상시 개혁체제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부위탁이 날로 확산되는 추세일 뿐 아니라 자산매각 등을 통한 경영 효율 향상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식경영 등 고부가가치형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을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공기업 관계자는 "이제는 공기업에도 '적당히'가 통하지 않는다"며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진은 매년 실시되는 실적 평가를 통해 밀려날 수 밖에 없어 상시 개혁을 통한 경영혁신이 제1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효율ㆍ투명ㆍ윤리경영이 '키워드'


민간 부문에서 먼저 시작된 윤리경영 움직임이 공기업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기업 경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리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지난달 2일 시무식에서 '유관 업체들의 금품 제공을 거부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 나가자'는 내용의 윤리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연원영 사장은 이와 관련, "KAMCO는 공공기관을 비롯 위탁자, 개인 및 기관투자가,채무 관련인 등 다양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직원 윤리성이 어느 조직보다 중요하다"며 "강한 경쟁력을 가진 모범 공기업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경영의 주안점을 윤리경영에 두기로 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에너지관련 공기업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는 윤리경영을 실천해 세계 일류의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오강현 사장은 지난달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윤리경영은 이제 기업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며 "올해를 윤리경영의 원년으로 삼아 공기업의 구태에서 탈피하고 업무방식에도 경쟁과 자율의 원리를 도입하자"고 다짐했다.



◆ 영원한 숙제, '고객만족도 향상'


정부는 매년 경영평가가 이뤄지는 19개 공기업 외에 90여개 주요 정부산하기관에 대해서도 올해 경영실적부터 객관적인 평가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모든 정부 유관기관의 경영에 대해서는 국민의 편에서 철저하게 감시ㆍ감독하겠다는 취지다.


수익성 등 사업 효율성과 함께 고객만족도가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주요 항목이 될 수 밖에 없다.


기획예산처는 공기업 등에 대한 '경영혁신 지침'을 통해서도 고객 위주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고객의 관점에서 서비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고객의 정책참여 기회도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예산처는 공기업에 대한 고객만족도 평가를 매년 실시, 공개하고 있다.


예산처 관계자는 "그동안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고객만족도 향상은 공기업들의 영원한 숙제일 수밖에 없다"며 "한 손에는 채찍을, 다른 손에는 당근을 들고 공기업 스스로의 고객 중심 경영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마사회는 올해들어 '경마=도박'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한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착수했다.


박창정 회장은 "올해를 '마사회 이미지 혁신의 해'로 정해 마사회가 경마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공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빠른 시일 안에 기업 호감도를 국내 최우수 기업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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