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선심성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정부여당의 올인식 총선전략에 따라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는 설익은 정책들이 나라경제에 큰 후유증만 남기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게다가 장·차관 중 상당수가 총선에 징발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정공백 현상마저 야기되고 있다니 우려가 더욱 크다. 정부가 요즘 내놓고 있는 선심성 정책은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농지와 그린벨트를 비롯한 각종 토지규제를 잇따라 푸는가 하면 세금을 깎아주고, 정년을 연장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고속철도 개통 날짜를 앞당기고, 출산 축하금을 지원하고, 보석과 골프용품 등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키로 한 것도 선심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대부분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는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부적 실천방법이나 재원마련 방안도 없이 발표되는 공약(空約)성 정책들은 경제흐름만 왜곡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번 세운 복지 정책은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재정에도 장기간에 걸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토지규제 완화로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선심성 정책이 초래할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 고위직 및 장·차관의 무더기 총선징발설로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징발설이 나도는 장·차관 본인은 물론 후속 인사의 영향권 내에 있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장·차관의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부처가 9∼10곳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행정공백은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총선에 나설 장·차관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최대한 빨리 물러나야 한다. 28일에도 5명의 차관급 인사가 있었지만 장·차관 인사는 이런 식으로 편의에 따라 찔끔찔끔 해도 괜찮은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정부여당의 총선 올인 전략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결국 유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총선 출마를 위한 개각은 없다" "총선은 경제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총선보다 민생을 우선하는 자세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