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 한국존슨앤존슨메디컬 마케팅팀 최유진씨(27)는 한번 미끄러진 회사에 다시 도전해 합격증을 따낸 경우다. '꺼진 불'에서 불씨를 되살려낸 셈. '취업재수'는 아니지만 '회사재수'라는 점에서 성공담을 들어볼 만하다. 지난 2000년 하반기.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반이던 최씨는 7월께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를 뒤지고 학교 내 취업지도실을 드나들었다. 각종 이력서 샘플을 참조해 '베스트 오브 베스트' 버전을 만들었다. 온라인ㆍ오프라인을 통틀어 이력서를 낸 횟수만 70~80여차례. 하지만 연락은 없었다. "온갖 좋은 말만 뽑아서 만든 이력서라 그럴 듯하게 보일 것 같았지요. 하지만 계속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회사, 지원부서 성격에 맞춰 이력서를 새로 쓰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한 20통을 더 썼나봐요." '헛 80통'이 아예 헛되지는 않았다. 이력서를 쓰고 보내는 동안 하고 싶은 일과 가고 싶은 회사의 범위가 좁혀졌기 때문. 최씨의 마음은 '외국계' '적정규모'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회사'로 모아졌다. 이러다보니 현재 다니는 한국존슨앤존슨이 포착됐다. 지원부문은 세일즈. 수시채용으로 1차,2차 면접까지 합격. 하지만 최종결과는 낙방이었다. "면접을 돌이켜보니 외모나 목소리 때문에 소극적인 인상을 준 것 같았어요. 적극적인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연락을 했죠."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채일자가 언제냐'는 빌미였다. "여러가지 장점을 면접에서 미처 발휘하지 못했다. 꼭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니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정중한 부탁도 곁들였다. 이메일로도 재차 당부를 했다. 2개월 후. 공들인 보람이 나타났다. 12월 공개채용 당시 인사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온 것. 1차면접은 생략하겠다는 '특혜'까지 받았다. 두번째니 만큼 '전략적 접근'도 잊지 않았다. 인맥을 총동원해 수소문한 끝에 대학교 선배가 그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선배를 만나 무슨 자리가 비었고, 그 자리는 어떤 일을 하며,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자세히 물었다. '정보전'은 성공적이었다. 면접 문제는 회사 브로셔를 나눠준 후 그자리에서 해당제품을 '팔아보라'는 것. 남들이 낯선 제품을 설명하느라 당황하는 사이 미리 샅샅이 공부를 해둔 최씨는 성공적으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막연하게 취직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력서를 내기 전에 인맥을 총동원해 그 회사와 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는것'은 취업전선에서도 강력한 '힘'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