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방부 무기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의자살 경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온 고등법원 판사 허튼 경은 28일 토니 블레어 정부가 켈리 박사의 사망과 관련해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튼 경은 이날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발표한 328쪽 분량의 진상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켈리 박사는 자살한 것이 확실하며 제 3 자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누구의 결정이나 행동도 켈리 박사가 자살을 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으며 그런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밝힐 수 있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튼 경의 이 같은 결론은 켈리 박사의 자살과 관련, 총리실과 국방부 등의 책임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야당과 켈리 박사 유가족들은 지난해 5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과장했다는 BBC 방송의 보도로 궁지에 몰린 영국 정부가 국면을 전환하려고 공무원보호의무를 위반해 켈리 박사의 신원을 공개했으며 이 과정에 블레어 총리가 직접개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WMD 위협을 과장했다는 BBC의 폭로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과 정부의 도덕성 시비로 확산됐고 켈리 박사는 이 과정에서 의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직후인 지난해 7월 손목 동맥을 끊어 자살했다. BBC는 당시 취재원이 켈리 박사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보기관들이 작성한 이라크 WMD 보고서를 보다 `섹시한 것으로 과장하라(sex up)'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