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은행장, 감사 등 금융권 주요 자리에 관료출신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에 대한 반발이 금융권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병일 전 금통위원의후임으로 순수 민간 인사가 추천되지 않으면 격렬한 거부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밝혔다.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현직은 물론 전직 관료 출신도 금통위원으로 임명돼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관료 출신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어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장은 "한은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료 출신이 금통위원으로 임명되면 집회와 출근 저지 및 집무실 앞 농성 등 무기한 임명 철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오는 3월 임원 변경 주총에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다음주부터 대책 수립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성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다음달 중순에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0) 추천위가 구성되는 만큼 지배구조 관련 문제가 곧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고"낙하산 인사에 대해 노조는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새 행장은 CEO로서 능력이 검증되고 민영화 작업을 제대로 추진할수 있어야 하며 내부 화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신임행장의 자격요건을 제시하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다음주부터 대응 방안 강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은행연합회는 그동안 낙하산으로 내려왔던 감사를 보다 투명한 방식으로 선임하기 위해 지난 14일~19일까지 공모를 실시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로는 재경부나 감사원 출신이 선임됐으나 이번에는 공모로 뽑을 것"이라고 말하고 "공모에 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임 작업을 벌일 심사위원회가 곧 구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도 오는 3월 새로 설립되는 임기 3년의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대해 지난 8~17일 사이에 인터넷 공모를 실시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공모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낙하산 인사인 경우가 많았다"고 상기시키고 "형식과 내용면에서 전문성과 리더십, 인격 등을갖춘 인물이 선택되지 않는 구조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계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