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자금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의원에게 건넸다는 변호인측의 폭탄선언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강 의원이 16일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특히 "진실공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언급, 종전과 달라진입장을 내비치면서 "자금출처가 YS라는 변호인측 주장이 맞는 말이냐"는 기자들의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강 의원이 피고인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은 이날강 의원이 나타나기 전부터 40여명의 취재진이 법정 출입계단 앞에 모여 있을 만큼이번 사안에 쏠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강 의원은 재판 시작 10분 전인 오후 1시50분께 법원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으며,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시종 굳을 표정을 띤 채 "최근 보도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짧게 말한 뒤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변호인측 폭탄선언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강 의원은 종전보다 초췌하고 야윈 모습이어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극심했음을 암시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변호인측은 당초 예정됐던 증인 신문에 앞서 강 의원에 대한반대신문을 요청, 문제의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정치자금이었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최근 심경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강 의원은 "자금 출처를 둘러싼 보도가 나온 이후 나흘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극단적인 말같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것이 현재의 제 심정"이라고 언급,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강 의원은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정계은퇴까지 한 마당에 왜 진실을 밝히지 않느냐는 말을 한다"며 "공당의 사무총장으로서 신의상 이름을 밝히지 못한 것이지만 인간적 의리가 국민과 역사에 커다른 배신행위로 나타나는 것이 두렵다"고 말해 심경변화 가능성을 강하게 시인했다. 재판부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재판이 보도의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강조하면서 "최근 일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당사자들은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유념해 주길 바란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강 의원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50여석 규모의 법정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강 의원의입에 촉각과 시선을 집중했다. 강 의원의 심경 고백이 끝난 후 곧이어 2시간여 동안 당시 안기부 지출관으로근무했던 김모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 증인신문이 이어졌고, 강 의원은 시종일관진지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오후 4시께 재판이 끝나자 강 의원은 법정을 찾은 지인들과 가벼운 수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법정을 나섰고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법정 밖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며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