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손길승 SK그룹 회장에 대해 SK해운의 비자금 조성 및 유용 혐의로 8일 '속전속결식'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경영인으로 그룹을 대표하던 손 회장의 공백이 큰데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조심스레 행동반경을 넓혀온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SK는 이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실질심사를 신청했다. SK측은 손 회장이 그동안 수사에 협조해온데다 △SK해운 분식회계가 부실 관계사인 ㈜아상을 지원하느라 불가피했다는 점 △선물투자 손실도 개인적 치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부실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 했던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투자 등 경영계획을 수립해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야 할 시점에 손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경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검찰이 이를 참작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약 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SK그룹의 경영체제는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원의 형 확정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손 회장도 그룹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손 회장을 대신해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과 황두열 SK㈜ 부회장 등 원로급 경영인이 최 회장과 함께 SK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인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 경영'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이번에 아예 최 회장 중심의 단독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버린 사태'에 대응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상황에서 그룹의 구심점 역할이 필요한데다 △'투톱경영'은 지난 98년 최종현 2대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른 일종의 '비상경영체제'로 5년여의 세월이 흘러 의미가 퇴색된 점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투명경영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출신의 그룹회장이 할수 있는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어 그룹 오너이자 SK㈜ 회장인 최 회장이 경영을 총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는 동시에 원로경영진의 동반퇴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최 회장 본인도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어 행보가 자유롭지는 못하다. 검찰도 최 회장을 추가로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혀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당분간 SK그룹은 사장단 회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구심점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다가 자연스럽게 최 회장 중심으로 지배체제를 단일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