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kp59@hanmail.net 중국 두번째의 특별 행정구인 마카오에 가면 재미있는 문화교류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마카오는 지난 99년 말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 3백여년 동안이나 포르투갈의 통치하에 있었다. 인구는 50여만명이지만 반환되기 전 포르투갈인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환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약 2만여명의 포르투갈인이 현지에 살고 있다. 지난 가을 마카오 지방정부 초청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마카오 경제단체의 저녁만찬에서는 여느 지역과 다를 바 없는 중국 전통식사와 함께 전통공연이 흥을 돋웠다. 참석자 중에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서양인, 즉 포르투갈인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들 또한 여느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전통음식과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이 중간쯤 진행됐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포르투갈 공연이 펼쳐졌다. 중국인과 현지 포르투갈인,그리고 다른 참석자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공연을 즐겼다. 한때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문화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공유되는 모습에 놀라고 있는 나만이 이방인인 양 느껴졌다. 마카오에서는 중국과 포르투갈 문화가 서로 충돌을 일으키거나 배척하지 않고,어느 한쪽에 동화하거나 적당히 섞이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3백여년이나 통치를 받았지만 중국인 중에 포르투갈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환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 요직의 일부분과 경찰 보안 등의 업무에서는 많은 포르투갈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는 외국 문화의 수입과 관련,우리 문화가 도태되거나 동화되는 것에 너무 많은 걱정을 앞세우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한류열풍 같은 우리 문화의 외국 진출을 지나치게 민족이나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을 가져본다. 문화와 문화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마카오에서 느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충돌이나 동화·도태가 아닌 공유의 형태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좁혀주고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위대한 매체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준 마카오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홍콩으로 향하는 뱃전에서 생각해봤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문화교류 확대를 생각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바람직하고 용기있는 행위를 가져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