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마크 에버슨 청장 체제 출범이후 기업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온 미 국세청(IRS)이 저인망식 세무조사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IRS가 추구할 새로운 세무조사 방식의 핵심은 조사 기간과 범위를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 조사대상 기업 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내 1천300대 기업은 현재 IRS의 상시 감시 대상에 올라 있지만 14만8천여곳에 달하는 중소기업은 4%만이 상시 조사 대상에 포함돼 개별기업으로 따지면 20년에한번꼴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에버슨 청장은 새로운 세무조사 기법이 정착되면 현재 기업당 평균38개월 걸리는 조사기간이 15∼18개월로 절반 가량 단축돼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기업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사기간 단축은 조사를 받지 않고 있는 다른 기업들로 하여금 조만간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심어줘 결과적으로 법인세수 증대로 이어질것으로 에버슨 청장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97년 법인세 신고분에 대한 IRS의 조사가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등 조사내용의 충실을 기한다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조사가길어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에버슨 청장은 "IRS는 더이상 지난 90년대 벌어졌던 기업 스캔들이나뒤지는 곳이 돼서는 안된다"며 조사기간을 단축시켜 무기력해진 법인세 탈세 조사에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 많은 기업에 칼을 들이대기 위해 조사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지능적인 탈세와 부당내부 거래 등에 대한 IRS의 감시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법인세 탈세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말 종료된 2003회계연도의 법인세 납부실적은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지난 93년 이후 최저수준인 1천320억달러로 떨어졌고, 올 회계연도의 법인세수도 대공황 사태 이후 사상 2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미 연방정부의 총 세수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의 경우법인세수 감소세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1970년의 17%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급락한7%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