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7일(일) 10월3일(개천절) 11월2일(일) 11월16일(일)…. 세모에 취재수첩을 다시 펴보는 기자의 눈길이 머문 날짜다. 휴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을 찾은 날들이다. 노 대통령의 방문은 사전 예고가 없을 때가 많았다. 12월 캘린더를 보자.첫째 일요일인 7일은 모 언론사와 회견내용 전문이 공개됐고,둘째 일요일 14일에는 4당 대표와 간담회가 청와대에서 있었다. 문제의 '10분의1 발언'이 나온 날이다. 셋째 일요일 21일에는 청와대 비서실의 조직개편과 비서관 인사가 발표됐다. 마지막 일요일 28일엔 개각 인사발표.10월에는 10일,11일 연이틀 예정에 없던 특별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 개인뿐 아니라 청와대도 휴일이 더 바빴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일요일까지 바쁜 청와대를 바라보는 시각엔 양론이 있을 것이다. "왕성한 업무 추진이다" 혹은 "일요일엔 좀 조용히 지나갔으면…" 재계의 지인이 전한 한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은 후자쪽이었다. 주요뉴스가 일요일에 생산되는 일정에 대해 "안정감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고,예측가능한 행정이 잘 안되는 것 아닌가"라고 촌평하더라는 것이다. 휴일 청와대가 바빠지는데 편히 쉴 장관은 없을 것이다. 장관이 휴일에 업무라인을 챙기면 간부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고,간부들이 신경쓰면 중하위직은 언제 사무실로 불려나갈지 모른다. 정부기관이 뭔가로 움직이거나 대기상태이면 공기업이나 산하기관까지 여기에 주파수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몰아치거나 대형사고라도 발생했다면 일요일도 없고,휴일도 없다.그렇지 않다면 공무원들도 쉬는 날은 쉬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그렇고,보기에도 안정적이다.양보다는 질로 업무의 수준을 따진지 오래됐다. 새해에는 조용한 휴일을 기대해 본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