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흘 뒤면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계미년(癸未年)은 가고 갑신년(甲申年)이 온다. 원숭이(申)의 해인 새해는 금(金)의 기운이 있어 사주ㆍ역학상 시끄러워질 여지가 많다고 한다. 격변 갈등 혼돈이 예상되는데 오히려 잘하면 새 출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게 역술인들의 설명이다. 총선이 예정돼 있으니 그냥 무시할 얘기만도 아닐 듯하다. 갑신년 하면 꼭 1백20년 전 일어난 갑신정변(1884년)이 연상된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았던 적은 역사에서 그리 많지 않다. 개혁(개화)이란 순수한 의도가 '3일 천하'에 그친 뒤 무려 61년간(∼1945년) 일제 침탈의 빌미를 줬으니까. 해가 바뀌는 한 주다. 연말까지도 하도 어수선해 차분히 정리할 틈도 없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월요일(29일), 농민단체는 국회앞 시위를 예고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비준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해서 본회의 통과까지 낙관하긴 어렵다. 29일에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확정할 경제민생점검회의와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도 열린다. '투자 활성화'라는 목표가 여전히 뜬 구름 잡는 느낌이다. 새해 예산안은 슬그머니 3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정부가 다음해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몇 년 만의 균형재정'이라고 발표하더라도 아예 무시하는게 나을 듯싶다. 청와대 송년만찬(30일)을 비롯 정부나 기업이나 연말 종무ㆍ시무식에다 신년하례로 바빠지겠다. 증권시장은 30일 폐장한다. 연말 조류독감과 광우병 탓에 코스'닥'(닭)과 거래'소' 주가가 부진했다는데 새해 개장일(1월2일) 주가에 기대를 걸어본다. LG카드 매각입찰이 30일 의향서 접수 없이 실시된다. 채권단 공동인수가 유력한 대안이지만 아무래도 해를 넘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 지난 주말 에누리 없이 달러당 1천2백원을 기록한 원화환율도 눈여겨 봐야 한다. 연말 마감 환율에 따라 각 기업의 올해 외화자산ㆍ부채 규모가 산출돼 경상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월말이라 꼼꼼히 챙겨야 할 경제지표가 많다. '11월 산업활동 동향'(29일), '11월 국제수지'(30일), '12월 수출입 동향'(1월1일) 등이 있다. 11월 산업생산이 주춤한 반면 소비는 바닥을 확인하고 이달 수출 증가율은 35% 안팎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는 대통령부터 장삼이사(張三李四) 서민들까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 한 해였다. 그래도 한 해를 마감하는 아쉬움이 크다. 밥은 먹을수록 배 부른데 나이는 먹을수록 허기지는가 보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