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등 세계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원화 가치만 유독 약세(환율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재정경제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위적인 원화 약세 조치로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당장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소비심리 위축, 물가 불안, 환율 급락 등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이후 5일 연속(거래일 기준) 상승, 24일에는 1천1백99원60전으로 높아졌다. 지난달 28일(1천2백2원10전) 이후 근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19달러대에서 1.24달러대로 급등했다. 원화 환율의 바로미터 격인 엔화 환율도 달러당 1백9엔대에서 1백7엔대로 낮아지는 등 원화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로 인해 원화와 엔화의 교환비율인 원ㆍ엔 재정환율은 2001년 1월2일(1천1백28원)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백엔당 1천1백17원대까지 치솟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원화와 엔화 간 '디커플링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국은행 딜러는 "외환 당국의 강력한 환율 방어 의지가 환율을 떠받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지나친 시장 개입은 수출과 내수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환율 급락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북한 핵문제, 카드사 부실 등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정유회사의 연말 결제 수요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친 것도 환율 상승세를 부추겼지만 외환시장에는 여전히 재경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처럼 수출이 홀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환율 방어가 불가피하다"며 "일부에서 내수 위축이나 물가 불안을 우려하지만 현 경제상황에서는 기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