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00년 새 천년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고해성사를 했었다. 과거 천년동안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온갖 전쟁과 입장이 다르면 이단으로 몰아 버린 냉혹한 마녀사냥,유태인과 이슬람교도의 대학살 등을 열거하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교황이 이 같은 과오를 뉘우치는 것은 가톨릭 사상 처음있는 일이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인류 지성사의 진일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고해성사는 영세를 받은 가톨릭 신자가 지은 죄에 대해 참회하면서 죄의 용서를 빌고 마음의 평화를 갖는 것인데 하느님은 물론 우리 이웃과 화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신자들은 알게 모르게 저지른 죄를 사제 앞에서 고해하면 사제는 그에 따른 보속과 해결방법을 들려준다. 가톨릭 신도들은 일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일에는 판공성사라고 하는 고해성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은 실수를 하고 죄를 짓게 마련이다. 인간 자체가 나약하고 불완전한데다 주변 환경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괴로워 하면서도 이를 선뜻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은 듯 하다. 자신의 허물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 일 게다. 최근 정치권의 대선자금이 소용돌이 치면서 그 해법으로 '고해성사'가 곧 잘 등장하곤 한다. 대선자금이 불법으로 밝혀진 만큼 당사자들이 진지한 고해성사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도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의 고해성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풍토에서 과연 그 허물이 용서를 받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이런 과정없이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겪어야 할 진통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불법을 저지른 정치인들의 고해성사는 지체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차제에 성탄일을 맞아 우리 자신의 과오도 낱낱이 고백하면서 마음의 안식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