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특송운송업체인 DHL은 지난 10월 스위스와 영국의 IT센터를 체코 프라하로 이전했다. 본사가 있는 미국과 아시아의 거점 말레이시아에 이어 체코를 유럽물류의 중심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라하 인근의 루드나 공단에 위치한 대만의 PC업체 FIC도 부품 조달과 제품조립 및 배송의 최적지라는 점에서 체코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 유럽의 허브가 바뀐다 동유럽이 EU 가입을 앞두고 유럽의 새로운 허브(hurb)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체코와 폴란드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동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체코는 수도 프라하가 유럽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유럽과 서유럽 전역을 반경 1천km안에 두고 있다는 점이 프라하의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유럽 최대의 항공운송 기착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와도 5백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발틱해의 중심항구, 함부르크와 서유럽의 창구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도 1천km 이내에 두고 있다. 모두 하루면 달려갈 수있는 경제권이다. 체코 투자유치청의 루보스 루카식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중해의 해상운송 중심지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도 차로 2∼3일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물류비와 수송기간 3분의 1 감소 동유럽이 새로운 허브로 주목을 받는 또하나 중요한 이유는 TSR(시베리아횡단 철도)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는 TSR이 오는 2007년 종착지인 폴란드의 남부 소도시 스와프코프까지 연결되면 운송시간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된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에서 출발한 7백50만개(연간 기준)의 컨테이너는 스와프코프에서 서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인 폴란드의 교통거점 카토비체시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뿌려지게 된다. 바야흐로 폴란드가 새로운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되는 것. 현재 기아자동차가 유럽에 수출하는데는 완성차를 평택항에서 선적, 독일 함부르크항까지 운송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45일과 환적 후 유럽 시장에 육상으로 배송하는데 필요한 15일을 합쳐 모두 2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향후 TSR를 이용하게 되면 시간은 엄청 단축된다. 부산과 유럽 주요 도시간 평균거리는 1만3천km. 한국에서 폴란드까지 최대 20일이면 충분하다(정창호 기아자동차 폴란드 판매법인장). 수송비도 컨테이너당 1천2백달러로 해상운송료 1천6백달러보다 30%이상 싸다. 서동식 기아차 동유럽 및 CIS 총괄본부장은 "수송기간과 비용이 판매가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업체로서는 획기적인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폴란드 투자유치청 알렉산드라 프라쇼프스카 연구위원은 "TSR가 기존 해상운송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TSR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라지는 국경 삼성전자는 내년 동구권의 EU 가입에 맞춰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중 한 곳에 법인형태의 물류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는 네덜란드 물류법인(SELS)에서 전 유럽지역의 물류를 모두 처리하고 있지만 동유럽국가의 EU 가입으로 까다로운 서류절차와 복잡한 규제, 세금문제가 일시에 해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동구권 물류기지를 통해 동구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조규담 삼성전자 헝가리 법인장은 "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물류기지를 둬 수요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제품 공급을 할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동유럽 생산기지의 활용가치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 헝가리 공장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컬러TV를 운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일. 그러나 내년 5월 EU에 가입되면 5일로 단축되고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컬러TV나 모니터를 네덜란드 물류기지로 운반하는데도 4일에서 3일로 단축된다. 국경에서 반나절 또는 한나절씩 걸리는 통관절차가 간소화되고 쿼터의 제한도 없어져 이중통관절차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헝가리 역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2007년 EU가입 예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발칸반도를 거쳐 터키 등 서남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교두보로 부각되고 있어 유럽 허브를 둘러싼 각국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OTRA 프라하 무역관의 김종옥 관장은 "DHL의 사례에서 보듯이 다국적기업들은 생산뿐만 아니라 물류기지까지 동유럽으로 이전 중"이라며 "한국기업들도 단순 생산기지보다는 유럽 전역을 총괄하는 물류거점으로 동유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윤성민 기자/프라하(체코)=이심기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