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분 재산세 과표를 대폭 인상하려는 정부 방침이 서울시 자치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조세 및 주택정책과 분권화 논리에 어긋나며 추진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재산세 인상 논리는 과세 형평성 제고,주택 투기 억제,지방자치 재원확충 등 세 가지다. 첫째,서울 강남 강북간,서울 지방간 주택가격과 세 부담의 불형평성 문제는 지방세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재산세는 자치구세이므로 같은 구에 있는 주택들 사이의 세부담 차이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자치단체 간의 차이는 반드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주택가격 대비 세금부담보다 담세 능력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세금 부담이 형평성의 더 적절한 지표다. 둘째로 집값 급등지역 부동산에 대한 세금 부담을 높여 투기를 억제하려는 것은 투기가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저금리와 가계대출 증가,풍부한 유동성 등 거시경제 변수와 강남 지역 등 국지적 수급 불일치에 있으므로 투기억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세금 부담으로 인해 여타 자본에 비해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하면 신규주택 공급이 줄어 임대료가 상승하고 국민들의 평균 주거면적이 줄어들 소지가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재산보유과세를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주요 도시들의 재산세 실효세율은 평균적으로 1%를 넘는다. 그러나 이 세율은 각 도시가 재정수요를 감안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셋째 지자체 자체재원 확충이 목적이라면 재정에 여유가 있는 자치구들에까지 급격한 과표 인상을 강권할 이유가 없다. 이들 자치구가 재산세를 인상하고 확보된 재원으로 공공서비스나 시설을 개선한다면 생활환경이 더 좋아져서 주택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번 재산세 과표 인상 추진과정은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지방자치와 분권화 정신에도 위배된다. 급격한 세금 인상은 납세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게 마련이며 과세당국이 세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납세자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민주적인 방식이다. 부동산 세제강화가 '일부 투기꾼'을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의 반발은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반대를 지방자치 주무부서인 행자부가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여 제한적인 조세 자율권조차 회수하려 하고 서울시의 중재노력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행정 수요자인 주민들에게 가장 근접한 지방자치단체들에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데 있다. 중앙부처가 부담액을 좌지우지하는 지방세는 무늬만 지방세일 뿐이며 국세청이 일괄 징수해서 배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책임 있는 재정운용을 기대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부동산 관련 세제의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원리와 진정한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재산세 종합토지세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의 전반적인 틀을 정립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물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통합하여 재산보유과세를 단순화하고 취득세·등록세율을 낮추자는 제안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세금을 올리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건물과표 인상으로 취득세와 등록세,그리고 재산보유과세에 부가되는 지방교육세도 자동으로 오르게 된다. 금년에 땅값이 많이 올랐으므로 내년에 종합토지세 과표현실화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토지 과표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마찰과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유사한 갈등을 해결할 정부의 지혜를 기대한다. kyungkim@mail.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