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환 보유액 과잉 아니다..林俊煥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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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俊煥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외환보유액이 1천5백억달러에 달해 과잉보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 네 번째다.
적정 외환보유액은 일반적으로 수입 충당액(3개월),환율제도의 종류,국제자본시장의 이용가능성,외환 및 자본통제의 여부를 고려해 결정된다.
수입 규모가 클수록,국제자본시장의 이용가능성이 낮을수록,고정환율제,그리고 외환 및 자본통제가 낮을수록 적정 외환보유액은 커진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경우 환율제도가 '사실상(de facto) 고정환율제도'라고 볼 수 있어 현 외환보유액은 과잉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아시아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고정환율제도에 의한 환율평가절하정책을 통해 경제 발전을 추구해 왔다.
일본은 이미 브레튼우즈 환율제도 하에서 평가절하정책을 통해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함께 오늘날의 금융선진국으로 부상하였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이러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고정환율제도를 오래 전부터 시행해 왔다.
다만 외환시장의 개입방식에 상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가장 완만한 형태의 고정환율제도를 취하고 있는 일본은 엄청난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환율을 일정한 범위 이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달러에 대한 강력한 형태의 고정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또한 외환 및 자본통제에 의해 환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일본형과 중국형 고정환율제도 간의 중간 형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발생 이후 고정환율제도는 외환위기 이전과 동일하나 외환통제 및 자본통제정책에 의한 환율관리가 아니라 '외환시장의 개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환율제도도 명목상으로 변동환율제도이나 '사실상 고정환율제도'를 암묵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최근 환율의 움직임에도 잘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은 평균환율 1천1백90원대를 중심으로 5%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2.5% 내외에서 움직이는 엄격한 의미의 고정환율제와 차이가 있지만 완화된 의미에서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해당된다.
그러면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비난받아 마땅한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은 한편으로는 환율 평가절하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 경상적자를 보전한다는 측면에서 미국 경제의 대외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외거래에서 발생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흑자는 이들 통화의 평가 절상압력을 초래한다.
이러한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고 이 자금으로 미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공적 기관의 국채 매입은 위험과 수익을 근거로 선택하는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방식보다는 미 국채에 대해 훨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미국의 장기적인 무역적자를 원활하게 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즉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흑자는 자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지만 다른 한편 미국 무역적자를 보전하고 미국경제 회복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호 이해관계를 증진시킨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은 상호 윈-윈(win-win)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으로 우려되는 것은 국내 채권시장에 주는 부작용이다.
외환시장 개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평채를 발행하거나 또는 외화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통안채 발행이 채권 공급물량 증대로 이어져 경제회복이 가시화되기 전에 국내금리를 인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외환시장의 개입은 국내자금시장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규모나 강도를 고려해야만 한다.
jhi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