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지배했지만 결국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리지 못하는 고질병이 화를 부른 한판이었다.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이 8강 문턱에서 숙적 일본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것은 `박성화식 선수비 후역습' 전략 역시 확실한 결정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음을 입증한 결과였다. 한국은 전반 38분 최성국이 감각적인 터치슛으로 골문을 먼저 열고도 추가골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후반 종료 8분을 남기고 사카다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연장 전반 14분 다시 사카다에게 통한의 골든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은 경기 직후 "후반에 동점골을 내준 건 수비수 한명이 미끄러지면서 어이없이 공간을 내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장 전반에도 2차례나 결정적인 찬스가 있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한 게 패배로 이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연장 전반 3분과 6분 김동현과 한재웅이 페널티지역 왼쪽 똑같은 지점에서 기막힌 찬스를 잡았지만 회심의 슛은 야속하게도 골문을 외면했다. 각급 대표팀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골 결정력 부족이 이번대회에서도 지긋지긋하게 재연된 셈이다. 반면 일본은 벤치에 앉았다 후반에 투입된 사카다 다이수케가 단 2차례의 찬스에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고스란히 2골을 몰아넣었다. 사카다는 오쿠마 기요시 감독이 약한 체력 때문에 조커로 쓸 수 밖에 없는 선수지만 벌써 이번 대회 4골을 기록하며 득점 레이스 1위로 올라섰다. 포백 수비라인을 두텁게 쌓고 역습을 노리는 박성화호의 기본 전략은 독일을 꺾고 16강에 오르는 힘은 됐지만 세계 4강의 벽을 넘기에는 힘에 부쳤다. 박 감독도 "수비라인을 두텁게 쌓는 전형은 이번 대회에서 모든 팀에 나타나는공통점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며 "다만 문제는 수비에서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전개가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도 4강 목표를 향한 한국의 발목을 잡아챈 변수였다. 한국은 첫 경기 독일전에서 의외의 쾌승을 거뒀지만 왼쪽 날개 이호진과 왼쪽윙백 박주성이 부상한 후유증이 16강전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결국 멤버 기용의 부담을 안은 박 감독으로서도 용병술의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이호진과 박주성이 빠진 빈 자리를 조원희, 김치우가 나름대로 잘 메웠지만 선수 운용의 폭이 작아진 것이 조커 카드를 다양하게 쓰지 못하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아부다비=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