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센터 위도 유치를 놓고 5개월 넘게 갈등을 겪고 있는 부안 지역의 체감 경기가 피폐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리기는 했지만 지난 7월 중순 이후 연일 계속된 원전센터 유치 반대 집회 및 시위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면서 부안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직 정확한 부안군의 각종 경제지표는 조사되지 않고 있지만 부안군에 따르면 올 7-11월 외지 관광객은 13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국립공원 변산반도 관리사무소도 "2001년 말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매년 20% 이상의 관광객 증가를 예상했으나 2002년 7-11월 68만8천여명이었던 탐방객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겨우 1만2천여명이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 전시관을 찾은 관광객도 지난 해 7-11월 49만4천여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43만4천여명으로 5만명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젓갈과 생선 회 등으로 유명한 곰소와 격포항 일대 상가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진서면에 따르면 곰소항 주변 60여개 도.소매 젓갈 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19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40% 가량 줄어든 120억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곰소는 해마다 김장철인 11-12월 주말에는 수도권이나 광주, 충청 등 외지의 단체 관광객이 하루 40대 가량의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 들어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에 즐비하곤 했으나 올해는 김장 특수도 사라졌다고 한다. `할매집 곰소 식품'의 김모(46.여) 상무는 "여느 때 같으면 주말에 하루 2만여명이 찾아왔으나 올해는 1만명도 안되는데다 개인 구매자들의 발길도 뜸해 거리가 한산할 정도"라면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젓갈 집 주인은 "수도권 등지의 단체 관광객들의 문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부안의 시끄러운 모습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들 대부분은 방문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단체 손님의 감소와 함께 택배 주문도 상당히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핵 반대 주민들의 집회 및 시위 장소인 부안 수협 앞과 부풍로 일대 도심 상가대부분도 집회가 시작되는 저녁 7시께만 되면 경찰-주민 간 충돌로 인한 피해를 우려, 아예 문을 닫고 있으며 부안 재래시장 상인들도 저녁만 되면 대부분 야간 장사를 포기하고 철시하고 있다. 부안 시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D술집을 경영하고 있고 김모(48)씨는 "이 난리통에 누가 술을 마시며 즐기려 하겠느냐"면서 "지난 9월 가게를 내놨지만 전화 한 통 없어 언제 팔릴지 모르겠다"고한숨을 내쉬었다. 부안 서외리 한 부동산 업자는 "시내 상가 곳곳에서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면서 "이는 시내 상권이 이미 바닥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간의 집회 및 시위로 부안 지역의 상권이 무너지자 자성과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도 지역 상가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받아들여 애초 주말인 오는 6일 열기로 했던 대규모 군민대회를 8일(월요일)로 변경했다. 사회민주당(대표 장기표)도 부안사태로 부안 경기가 침체됐다고 판단, 이날부터전국 각지를 돌며 `부안 곰소 젓갈 사주기 운동'을 전개키로 하고 전단지 10만 부를나눠주면서 부안 경제 회복을 위한 도움을 당부키로 했다. 부안군 관계자는 "부안에 `돈이 안 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기가 침체됐다"면서 "원전센터 유치 반대나 찬성 운동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