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29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 이러한 가운데 재건축 단지의 하락 폭이 커서 강남구 대치동 31평형 재건축 A아파트의 경우 10월7일 7억2,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재건축보다는 재개발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재건축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리모델링의 경우 공동주택 동별 소유자의 4/5의 동의만 얻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다 정부차원의 각종 지원이 계획돼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5차아파트의 경우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리모델링사업을 가시화하면서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한달새 2500만원 가량이 올랐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동 한양1차 아파트도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한 이후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으며,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강남구 일원동 개포 한신도 매도호가가 뛰고 있는 상태다. 리모델링 단지가 이처럼 경쟁력을 갖는데는 무엇보다 재건축에 비해 안전진단이 쉽고 인ㆍ허가만 얻으면 비교적 수월하게 사업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사기간이 재건축 사업기간의 3분의 1 정도로 짧기 때문에 실수요자 관점에서 단기간 내에 주거환경여건 개선과 함께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재건축에 비해 안전진단, 시공사선정 등 사업단계별 규제 수준이 낮은 것도 리모델링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20년 이상 된 공동주택을 증축하거나 10년이 넘은 공동주택을 철거하고 같은 규모로 다시 짓는 리모델링의 경우 공사비에 대한 10%의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등 세제 혜택도 따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재건축 시장의 사업추진 속도가 떨어지고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반면 리모델링은 정부의 다양한 제도적ㆍ물질적 지원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2020년쯤이면 국내 리모델링시장 규모가 연평균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가 나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박사는 '국내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의 전망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2005~2009년에는 전국 리모델링시장 규모는 연평균 1조500억원을 넘어서고 2020~2024년 사이에는 10조1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는 동이나 단지 단위의 시장 규모로 각 가구별로 이뤄지는 실내 개선 중심의 리모델링을 합칠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게 윤 박사의 주장이다. 특히 2020~2024년에는 리모델링이 전체 주택시장을 주도하며 핵심시장으로 성장, 전국 단위로 다양한 유형의 수요가 발생할 수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2005~2009년 사이 연평균 리모델링시장 규모는 4300억원에 불과하지만 2020~2024년에는 1조8500억원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도 3900억원에서 13.1배 정도 확대된 5조1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윤 박사는 "아파트 리모델링시장의 안정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기술적ㆍ제도적 측면의 노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공사내용ㆍ비용의 불확실성 요인 제거 △고객의 집단적 요구에 대한 창의적 수용 △안전ㆍ품질관리 위한 체계적 접근 △하자보수ㆍ분쟁해결 장치 △주민이주대책ㆍ공기단축 △시공기술ㆍ사업관리기법 개발 △제도적 지원책 확대 등이 따라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