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의 민영화는 가격 및 금융정책의 실효성을 감안해 외국계 자본 뿐 아니라 국내 자본에도 매각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외환 위기 이후 대기업 계열사들이 증권,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을주도해 왔으나 현대그룹 및 SK그룹 사태와 LG카드 문제 등으로 인해 삼성을 제외한나머지 대기업의 금융업은 퇴조하고 그대신 금융 전문 그룹이 겸업화와 방카슈랑스도입으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광우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은 3일 오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사장 강경식) 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수요 정책간담회에서 "외환 위기 직후에는 급박함에 밀려 부실 은행을 헐값에 외국 자본에 넘겼지만 현재는 경영이 정상적이고 수익성이 제고돼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부회장은 "외국계 은행의 약진과 함께 한미은행과 제일은행 등의 추가 인수.합병(M&A)이 예상됨에 따라 현재의 '빅4 체제'가 내년에는 '빅5 체제'로 전환되고중장기적으로 이들간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제2금융권의 경우 부실 중소형사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M&A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외국계 자본의 국내 은행시장 진출에 "외국인이 1대주주인 제일, 외환, 한미 등 3개 은행의 16.6%와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38.6%까지 합하면 외국계의 국내 은행시장 점유율은 55.2%에 달하며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된 조흥은행까지 합치면 무려 64.5%로 올라간다"며 강한 경계심을 표시했다. 그는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확대돼 지난1997년 말 3.9%에서 올 10월 말에는 15.8%로 높아졌고 외국 자본이 인수한 KGI, 메리츠, 서울, 브리지 등 4개 증권사의 점유율까지 합치면 19.4%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외국계 생명보험회사는 지난 99년 이후 급속한 성장을 보여 시장점유율이 4%를 넘어서고 있다고 소개하고 국내 생보시장이 설계사 중심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최근의 카드 사태에도 언급, "카드사들이 지난 9월 말 현재 40%에육박한 낮추기에 급급해 대환대출 등을 늘리는 편법을 활용하는 바람에 실질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최근 경기 부진에 따른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카드 사용이 감소하는 등 성장 둔화와 함께 대손충당금 증가로 인한 경영 악화로 인해 카드업계 재편이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외국계의 카드업 진출과 중소형 카드사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