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채점 결과 올해 입시에서는 수험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입학전형에 맞춰 일부 영역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경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내년 7차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체계가 대폭 바뀜에 따라 재수 기피현상이 있는데다 중하위권은 `치고 올라가고' 상위권은 `덜 올라가' 중.상위권이 그 어느 때보다 두터워진 점을 감안하면 막판 눈치작전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 대학 상당수 인문계 학과가 평균점수가 크게 떨어진 과학탐구를 반영하지 않아 인문계 합격선이 크게 높아지고 수능 변별력이 줄어든 만큼 논술.면접 등이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과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실장 등 입시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입시 경향과 전망이다. ◆맞춤식 수능 준비 늘었다 = 올해 수능시험에서 과학탐구영역의 평균점수가 크게 떨어진데 대해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과 함께 상당수 학생이 이 영역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승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지난 해 과학탐구 점수가 높아 올해 이를 하향조정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수험생들이 진학 전략상 사회탐구나 과학탐구에서 최선을 다하거나, 아예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00점 환산점수를 기준으로 과학탐구는 인문계가 전체 18.7점, 상위 50% 23.8점 떨어진 반면 자연계는 전체 13.6점, 상위 50% 14.9점 떨어졌고 사회탐구는 인문계가전체 7.8점, 상위 50% 7점 오른데 비해 자연계는 전체가 0.4점 오르는데 그쳤고 상위 50%는 오히려 1.1점 떨어진 것 등은 맞춤식 수능 준비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인문계 학과는 과학탐구를, 자연계 학과는 사회탐구를 반영하지 않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지난 해부터 이런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문계 커트라인 크게 오를 듯 = 한 학원은 인문계 수능총점이 9.6점, 자연계는 4.8점 높아졌지만 대부분 주요 대학이 총점이 아닌 일부 영역만 반영하기 때문에 인문계는 과학탐구를 빼면 실제 상승폭은 9.6점이 아니라 18.6점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총점이 아니라 과학탐구를 뺀 언어, 수리, 사회탐구, 외국어 등 일부 영역을 반영하는 인문계 학과를 지원할 경우 합격선이 지난 해보다 19점 가까이 치솟는다는 것. 반면 자연계는 사회탐구를 제외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상승폭은 4.6점 정도에 그쳐 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원도 고득점자가 지난 해와 비교해 인문계는 언어(115-120점)가 43명, 수리(75-80점)는 6천530명, 사회탐구(70-72점)는 634명, 외국어(75-80점)는 1만1천333명 늘어난 대신 과학탐구(45-48점)는 9천836명 줄어 결과적으로 최상위층이 두터워졌다며 경쟁률 및 합격선 상승을 예상했다. 따라서 상위 50%의 평균점수인 인문계 수험생들이 과학탐구를 제외한 4개 영역반영 대학에 지원하면 합격선은 지난 해보다 19점 높아지는 대신 자연계 수험생이 사회탐구를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하면 2점 정도 커트라인이 상승할 전망이라는것. 특히 여학생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커 여대와 여학생 선호학과의 경쟁이 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문계의 자연계 교차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하는 정시모집의 경우 인문계 수험생들이 수리에서 자연계 수험생과 같은 원점수를 받았을 경우 지난 해에는 변환표준점수에서 4-6점 더 받던 것이 올해에는 3-4점으로 줄었기 때문. 따라서 올해에는 자연계 수험생에 대한 동일계 지망자 가산점까지 무시하고 인문계 수험생들이 자연계 학과로 교차지원하는 현상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인문계 수험생들은 전체 평균점수 상승으로 합격선이 지난 해보다 급상승하는데다 자연계 교차지원은 어려워지고, 자연계 수험생의 인문계 학과 교차지원은 증가해 인문계 학생들은 경쟁률 및 합격선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논술.면접 영향력 절대적 = 수능 성적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된데다 인문계는 인문계 나름대로 과학탐구가 상당수 반영되지 않아 상승폭이 더 커져 논술과 면접이 당락에 미칠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분석. 따라서 이들은 수능성적이 좋더라도 논술.면접에 소홀할 경우 자칫 입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 수능성적의 불리함을 논술.면접으로 만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문제의 요지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상투적인 표현보다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서술하되 상식을 뛰어넘는 '튀는' 표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막판 눈치작전 예고 = 올해 수능은 6차 교육과정에 따른 마지막 시험으로, 내년부터 새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한 현재 고2생들이 시험을 치르는데다 수능시험 체계도 개편돼 올해 수험생들이 재수를 극히 꺼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위권이 두터워지고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어떻게든 붙어야 한다'는 전략에 따라 하향 안정지원이 주류를 이루고 막판 눈치작전도 엄청나게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올해에는 지원전략은 없고 눈치작전만 있을 것"이라며 "초반 경쟁률이 낮은 학과가 마지막에 소나기 지원이 쇄도하면서 뚜껑을 열어보면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도 입시전략의 마지막 단계는 `지원 대학의 경쟁률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학 입시는 수험생들의 지원 선호도와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만큼 지원하려는 대학의 경쟁률 변화를 원서마감 끝까지 살펴보고 원서를 넣는 것도 합격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작년의 경우 수험생이 줄면서 상위권 일부 대학의 경쟁률도 상당히 낮았는데 올해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수능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