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라크 현지에서 발생한 일본 외교관 피살사건으로 자위대 이라크 파견시기를 저울질해온 일본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 일본 정부는 당초 국내 일각의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위대 연내 파견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적십자사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테러공격을 받는 등 현지 치안상황이 악화되자 파견시기 결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외교관 피살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도 "테러에 굴하지 않고 이라크 재건지원에 임한다는 방침에 변화가없다"고 말해 자위대 파견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외교관 희생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온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에게도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선택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집권 자민당내 파병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간사장은 민방 TV에 출연해 "대량 파괴무기때문이라던 전쟁의 명분이 없어졌다"면서 "자위대 파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내 파병 반대자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여름에 실시될 참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당내에서반대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처음부터 자위대 파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파병을 하더라도 유엔 깃발하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자위대 파견에 반대하고 있는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당수도 외교관 피살 사건이 보도된후 "자위대를 절대로 파견해서는 안된다"면서 "자위대 파견은 테러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맹방'을 자처하는 고이즈미 정권은 `이라크 재건지원은 일본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당장 12월 초로 예정했던 자위대 파견 기본계획 각의결정을 예정대로 할 수 있을지도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지 치안사정이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심각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파병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위대원의 안전확보'와 `대미관계'관계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일본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