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KCC의 발표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확보한 엘리베이터와 상선 지분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데 크게 놀라면서 계열 편입은 절대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KCC 계열사로 편입되면 그동안 그룹 회장임을 강조해온 현정은 회장의 위치는 KCC의 일개 계열사 회장으로 '좌천'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입지도 좁아지게 된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경영진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경영진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결국 지분매입의 목적이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잇기 위한 것'이라는 정 명예회장측의 주장이 허구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KCC측이 대북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통성 계승을 말하면서 그의 업적중 가장 상징적인 부분인 대북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대그룹측은 경영의 정통성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 계승 등 명분을 앞세워 여론을 자극, 그룹 지키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이날 공식입장 발표를 유보한 현대그룹은 곧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에 줄곧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 채 "앞으로도 현대그룹의 경영권과 관련된 어떠한 사안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