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명예회장의 KCC 금강고려화학이 14일 현대그룹을 사실상 계열편입했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현대그룹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C는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정 명예회장이 중심이 된 '범 현대가'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44.39%를 확보함에 따라 완전한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굳혔으며 향후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측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44.39% 확보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경영권 행사 의도를 내비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현대엘리베이터는 KCC그룹으로의 계열편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특정 주식취득자와 그의 지배회사, 계열사의 지분이 전체 주식의 30%이상 되면서 동시에 최대주주인 경우와 ▲임원 겸임과 인사권 행사, 채무보증 및 거래.대차 관계 등으로 지배관계가 명확히 인정되는 경우 계열편입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KCC그룹에 계열편입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상선, 택배, 아산, 증권 등 현대그룹(자산 10조1천600억원, 서열 19위)도 자연히 KCC로 흡수, 자산규모 2조6천720억원인 KCC그룹은 재계서열이 37위에서 18위로 껑충 뛰게 된다. 정 명예회장측은 일단은 현정은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압도적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한 이상 현 회장의 퇴진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이 '조카며느리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경영경험이 없는 현 회장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문경영인이 누가 선임되든 정 명예회장이 실질적 오너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며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섭정' 아래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현대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대북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측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며 "대북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지금과 같은 '퍼주기'식 대북사업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KCC의 한 관계자는 "KCC의 연간 순익이 2천억원인데, 지금의 대북사업은 2천억원을 다 퍼부어도 모자란 것 아니냐"면서 "하기 싫어서 안한다기보다 회사 실정상 도저히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대북사업을 포기할 경우 앞으로 누가, 어떤 식으로 대북사업을 이어서 할지가 또하나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