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비자금 수사는 검찰이 기업에 수사협조를 촉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낸 시점을 전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이 기업을 상대로 자발적 협조를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본격 압박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5대 기업을 포함해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중 LG 등 2개 기업 이상이 계열사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관련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부 기업의 경우 계열사를 통해 발행한 수십조원 규모의 카드채를 이용해 상당한 규모의 비자금 조성이 가능했을 것이란 첩보를 바탕으로 비자금 흔적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에서는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그룹 오너들의 지배권 확보를 위한 부당내부거래 혐의까지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기업에는 상당한 충격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검찰이 기업을 상대로 비자금 수사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이유로는 다양한 선처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사협조가 지지부진한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부 기업들조차 공식 후원금 외에는 비공식 혹은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검찰이 파악해놓은 불법자금 `단서'와 한참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협조를 미룰 경우 이중 1∼2곳을 상대로 기업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본보기' 수사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검찰 역시 기업들이 먼저 불법 대선자금을 실토하지 않으면 대대적인 분식회계수사를 통해 비자금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용처를 추궁하는 `SK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캐낼 수 밖에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런 `저인망식' 수사는 기업들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동시에 갈 길이 먼 검찰로서도 상당한 시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 장기화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기업들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이 선처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른 단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고강도 사법처리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