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문제를 비롯한 정치개혁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확정이 늦어짐에 따라 국회 차원의 정치개혁 논의가 또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불법대선자금 수사정국을 맞아 돈안드는 선거풍토 조성 및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치개혁을 앞다퉈 내놓으면서도 정작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어 정치불신만 가중하고 있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4당 원내총무 및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은 9월말과 10월말 두 차례 정치개혁안 제출시기를 넘긴 뒤인 지난 5일 `9자회동'을 갖고 12일까지 각 당 정치개혁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키로 전격 합의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달 29일 정치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민주당과 자민련도 약속대로 12일 정치개혁안을 확정, 국회로 넘겼으나 한나라당은 내부의견차로 당론을 확정하지 못해 개혁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 진(朴 振)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당 정치개혁안을 오늘 확정키로 했으나 세부문제 논의가 진행중이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 최고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 당 최고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를 거쳐 정치개혁안을 확정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빨라야 내주초나 정치개혁안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국회차원의 정치개혁 논의는 정기국회 회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내주초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를 못하거나 졸속심의가 우려된다. 또 선거구제 문제의 경우 정당간, 의원들간에 선거구제 유형, 인구상하한선, 구체적인 선거구획정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당초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제 개정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와 정치발전특위는 일단 소선거구제 유지 방침 아래 인구상하한선을 10만~30만명으로 조정해 지역구를 13~15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여 현행 의원정수 273명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를 비롯해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도입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지구당 폐지문제도 현역의원에 한해서만 연락사무소를 두기로해 원외위원장들이 반발, 최종 당론결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대선거구제 도입 및 국회의원 정수 299명 증원, 권역별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열린우리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국회의원 정수 299명증원, 권역별 1인2표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자민련은 대선거구제 도입 및 전국단위 비례대표 선출 등을 각각 당론으로 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