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특혜보다는 불이익을 우려해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절반 가량은 앞으로도 부당한 자금지원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또 정치자금을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제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법인세 1% 정치자금 조성이나 주주총회 승인의무화 등에는 이중부담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산 2조원 이상 41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정치자금에 대한 기업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3.3%가 '불이익을우려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답해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이 '보험성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한 후원'과 '반대급부를 기대해서'라는 응답은 각각 6.7%와 3.3%에 불과해일반 정치자금과 대가성 자금 제공은 10%에 그쳤으며 26.7%는 '관행적으로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정치자금 제공으로 기업들이 곤경에 처하고 있는 점을 감안, 앞으로는 정치권의부당한 자금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이 51.7%로 절반을 넘어섰으나나머지 48.3%는 여전히 '앞으로도 응할 수 밖에 없다'고 응답해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으로는고비용정치구조(62.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정치인 의식(31.0%), 처벌제도(6.9%)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고비용정치구조 해법으로는 완전 선거공영제 실시(38.7%)와 지구당폐지(32.3%),정당연설회 폐지(19.4%) 등을 제시했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방식에 대해서는 74.2%가 선관위(45.2%)나 경제단체(29.0%)를 통한 간접기부 방식을 꼽았으며 12.9%는 정치자금 제공을 완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상의는 현행 직접 기부방식에서는 정치권의 자금지원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운 반면 간접 기부방식이 도입되면 자금지원 압력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했다. 기업들은 그러나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조성하는방안에 대해서는 '이중부담 가능성이 높다'(61.3%)와 '지지정당이나 후보를 지원할수 없다'(12.9%)는 이유로 74.2%가 반대한 반면 이에 적극 찬성하는 기업은 6.5%에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정치자금 기부시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방안에 대해서도 "주총 승인액과는 별도로 음성자금을 이중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 시기상조'(45.1%)라는 응답과 '주총승인이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32.3%) 등 반대의견이 77.4%에 달했다. 한편 대선자금 수사 해법과 관련해서는 '정치권 고해성사후 기업인 사면'(51.7%)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수사는 하되 처벌은 하지 말아야 한다'(31.1%), '경제파장을 고려해 수사중단'(10.3%) '수사후 원칙대로 처벌'(6.9%) 등의 의견을 보였다.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우리기업들은 고비용정치구조 등 왜곡된정치풍토로 정치자금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면서 "기업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있도록 정치자금 관련제도와 관행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