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만 크다고 리딩뱅크냐.리딩뱅크 역할은 우리도 할 수 있다.' 자산규모 2위 은행인 우리은행(행장 이덕훈)이 부동의 1위 국민은행(행장 김정태)을 제치고 리딩뱅크 역할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1년 옛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국내 은행권의 리딩뱅크는 누가 뭐래도 국민은행이었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항상 국민은행이 한발 앞서고 다른 은행들이 뒤를 따르는 식이었다. 자산운용에서도 엄청난 파워를 갖고 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은행이 국민은행에 한발 앞서 시장을 선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정기예금 고시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조치로 우리은행의 우리사랑레포츠 정기예금의 1년만기 금리는 연 4.2%로 은행권 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비해 그동안 금리조정을 선도했던 국민은행은 아직 예금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고 영업점장 우대금리만 손대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담보대출의 상환능력 평가와 관련해서도 '크레딧 리미트(신용한도) 시스템' 개발을 완료,이르면 다음주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담보대출에도 담보가치뿐만 아니라 상환능력을 고려해서 대출한도를 산정하는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은행업무를 선진화하는데서도 다른 은행들보다 한발 앞서 가는 모습이다. 지난 6월말 선진적인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업무처리혁신)를 완료한 것이 그 사례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은행이 국민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로 올라섰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국민은행은 모든 종이통장을 없애기로 하는 등 각 분야에서 여전히 다른 은행을 선도하고 있다. 1천2백여개에 달하는 점포와 2백23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바탕으로 한 시장주도력도 아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와 관련,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리딩뱅크 경쟁은 은행산업을 선진화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이런 면에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리딩뱅크 경쟁은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