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 일부를 처분, 김문희씨의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 지분에 대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담보 빚을 갚을 계획이다. 이는 최근 정 명예회장측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대거 매입 움직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 것이어서 향후 정 명예회장측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간의 경영권 주도 `샅바싸움'의 추이가 주목된다. 6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상선 지분 4.9%(505만3천주) 가운데 일부분을 매각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 김문희씨(고 정몽헌 회장의 장모) 지분(18.6%)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담보부분을 해소하는데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고 정몽헌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에 대한 상속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 빚을 갚음으로써 대주주 지분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조기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최근 현정은 회장은 어머니 김문희씨로부터 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의결권 및처분권 위임 절차를 마쳤으나 이 중 상당부분이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담보로 잡혀있어 사실상 정 명예회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상태다. 현대그룹의 이같은 방침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정상영 명예회장측의 엘리베이터 경영권 장악 움직임에 맞서 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매입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2.82%는 정 명예회장에 동의하는 `범현대가' 9개 계열사가 개인 또는 법인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명예회장측의 지분 매입이 사실이라면 앞서 지난 8월 `범현대가' 계열사 9개를 통해 매집했던 엘리베이터 지분 16.2%(KCC지분 3.1% 포함)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기만 하면 정 명예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30%에 육박하게 된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정 명예회장측이 우호적 의미에서 지분을 사들였다면왜 사전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굳이 익명으로 사모펀드를 활용했겠느냐"며 경계태세를 보였고 현 회장도 "회장직 및 그룹 경영권을 확고히 유지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담보 빚을 조만간 갚을 수 있게 될 것이며 상선 지분일부를 처분하더라도 엘리베이터가 상선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엘리베이터 우호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경영권은 앞으로 정 명예회장측의 추가 움직임에 따라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대한 현 회장측의 `반격'도 뒤따를 것으로 보여향후 양측의 경영권 문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